2015년 6월 14일 일요일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8

시골버스가 먼지를 풍기면서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탁!탁!탁 다급한 발자욱 소리가 났다.

응?

"지훈씨!...기다려..야..강지훈!"
순희가 갑자기 나타나  거친 숨을 내쉬더니 내 옷을 잡고 헉헉 거린다.

"야, 그래서..그래서 그냥 가는거야?"
"응?"

"지금 그냥 서울 올라가는거냐고..."
"어...엉.."

"지훈씨...왜 나한테 기다리라는 말 안해?"
순희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잇었다.

"내...내가 얼마가 기다렸는데..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수..순희야?"

"나 기다릴 수 있다고....3년이고... 10년이고..왜 나보고 기다라는 말을 안해....으헝헝..."
내가 버스 앞에 서있으니 버스는 나를 태우려고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순희가 내 옷을 붙잡고 눈물을 쏟으니  버스 안 사람들이 일제히 우릴 쳐다봤다.
어떤 아저씨는 상황이 대충 짐작간다는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나한테 물었다.
"어이, 학생, 버스 탈거야? 안탈거야?"

갑자기 순희가 울음섞인 소리를 내 질렀다.
"아저씨, 보면 몰라요? 안탄다고요."

갑자기 버스 안의 승객들이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중년의 기사아저씨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아가씨..왜 화를 내고 그래."
버스가 부우웅 먼지를 풍기며 떠났다.

순희가 다시 흐느낀다.
"왜 그렇게.. 넌... 왜 그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흑흑흑..."
순..순희야...
앗,  이..이건..
순희 목에는 아까 내가 선물해 준 18k 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아, 시발...부처님 보리수 나무 아래서 해탈하듯 그 때 깨달았다.
진짜 내가 바보였구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순희는 내가 윤지영과 사귀고 있을 때도  언젠가 내가 다시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거구나.
그러고 보니 아까 누구 사귄다는 것도 다 거짓말었구나.
미안하고..고맙고...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내가 지훈씨 기다릴거라고...나 기다릴거야. 흑흑흑"
나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냥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지훈씨,  얼굴이 왜그렇게 반쪽이야. 무슨일 있던거야?"
순희기 눈물을 흘리면서 두 손으로 내 빰을 보듬었다.

"아냐,....무슨 일은..."
"뭐했는데 나 못 본사이에 이렇게 말랐어. 군대가는 사람이..흑흑...그 험한데를 가는데..으헝헝"

"야, 내가 뭐 죽으러 가냐. 왜 그렇게 울고 그래."
"흑흑흑.."

순희는 한동안 서럽게 울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강지훈. 약속해.."
"뭐..뭘?"
순희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제 서울에서 예쁜 여자 만난다고 나 두번 나 다시 버리기 없기다. 알았어? 흑흑"
"알았어.. 다시는 안그럴게"
나도 눈물이 뚝뚝 흘렀다.

"좋은 집안의 예쁜 여학생 만난다고..다... 다시는 그러지마...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으헝헝"
"미안해... 순희야. 나도 보고 싶었어."
겨울 오후는 짧았다. 금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난 순희를 조용히 안았다.  순희는 한동안 내 품에 고개를 파묻고 훌쩍거렸다. 우리 참 멀리 돌아왔구나.
한참 울던 순희가 눈물을 그치더니 말했다.
"지훈씨, 저녁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순희가 내 손목을 잡았다.

돼지갈비로 저녁을 먹었다. 순희는 항상 고기를 먹을 때 자기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고기를 집어 나에게 얹어 준다.
배려하는 습관과 마음이 몸에 배인 것 같았다.

우린 근처 다방에 앉았다. 순희는 잠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지훈씨. 이제 나 지나간 건 묻지 않을게.  군대는 어디로 가는건데.."
"경기도 쪽으로 간다더라."

"나 한달에 한번씩은 꼭 면회갈거야."
"그..그렇게 자주 안와도 돼.."

"지훈씬 나 안보고 싶어?"
"미안해서 그렇지"

난 순희 아버지 눈치가 보여 일단 여관에서 혼자 자고  다음날 점심시간에 순희 회사앞으로 찾아 갔다.
작은 건물의 한층에만 입주한 영세한 회사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를 힐끔 쳐다봤다. 뇌섹남만이 하스스톤 모바일 하듯 나도 당당힌 순희는 나만의 애인이라고 눈도장을 찍고 싶었다.
저녁에 순희가 퇴근해서 서울로 가는 나를  마중 나왔다. 난 터미널 부근에서  급하게 맞춘 커플 반지를  그자리에서 순희 손가락에
끼워줬다. 내가 반지를  끼워줄 때  순희의 울음이 또 터졌다.

엉엉엉.......
걸핏하면 눈물 흘리는 수도꼭지 같은 애.. 오랜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림을  넘어 또 기다림이다. 하스스톤 모바일은 끝이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난 의정부 306 보충대로 입대했다. 일부러 부모님은 오지 말라고 하고 대문 앞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깡철이가 차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얘가..왜...엄마도 못가게 해..."
'"엄마, 눈물 날 것 같아서 그래요. 안 오셔도 되요"
짧은 머리가 어색했다. 순희는 용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전날밤 서울에 올라왔다.

간만에 순희와 섹스는 어색했으나 오히려 슬기로운 순희가 더 자연스럽게 리드해줬다.
"지훈씨, 오랜만에 하니까 쑥스러워?"
"조..조금 그러네."

"지훈씨, 일루 와봐"
순희 봇이는 내가 개통한 나의 것이있다.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핥! 아, 하, 아..앙...자기..으응, 하앗!”
퍽퍽! 퍽퍽!! 퍽퍽퍽!! 퍽퍽퍽퍽!!!!
난 군대생활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평소에 <배달의 기수>라도 좀 많이 봐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씨. 나 고무신 거꾸로 안신는거 알지?"
"응?"

"나 하이힐 신잖아."
언제부턴가 순희는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하하하하..."
옆의 깡철이도 같이 웃었다.
"좀 일찍 오지..으허헝헝"
순희는 부대 정문에서 실감이 나는지 또 서럽게 운다.

대위 한 녀석이 나와서 설명한다. 추첨으로 공정한 부대 배속 어쩌구  하는데 좀 웃겼다.
미친새끼. 뻥좀 작작쳐라.  돈 있고 빽있는 애들은 이미 다 배속부대 알고 왔는데..

"다치면 안돼. 건강해야야 돼..매일 편지써..꼭이다""
외삼촌의 말대로 난 경기도의 모 부대로 배속되었다. 훈련소는 견딜만 했다.
난 연대 본부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 사병들 중 내 빽이 제일 막강했다.
자대로 가자마자  외삼촌이 엄마의 간곡한 부탁으로 면회를 왔다. 외삼촌은 곧 대령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보안대 고급장교가 방문하니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외삼촌은 직접 육사 선배인 연대장을 만나고 갔다.  중대장 같은 아래 것들은 만날 필요도 없었다.
다음날 연대장이 우리 소대 내무반을 기습 방문했다. 그냥 한바퀴 둘러보고 갔다. 이례적인 일이다. 중대장과 선임하사가 벌벌 떨었다.
나보고 이것 저것 물었으나 난 모른다고만 했다.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군대 생활은 육사출신이 짱인데 그 위에 군림하는게 보안사라는 우스개 소리다.
물론 여사는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여사다.
나는 군대에서 직제상 국방장관 직속이지만 사실상 보안사령관이 대통령 심복이라 대통령 직속이라지만
이상한 군대 국군보안사령부의 위력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연대에는 파견된 보안반이 있었다. 보안반장 계급은 그 때 준위고 그 밑에 중사가 한명 있고 사병도 몇 있었다.
그런데 준위의 행동거지가 가만히 보니 거의 대령과 맞먹는 것 같았다. 소령, 대위는 사람 취급 안했다.

난 보안대가 셀 줄 알았지만 그정도까지 일지는 몰랐다. 5공 시절  보안대는 사병이 장교를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막강했다.
외삼촌은 그 때 보안사령부 인사처에 있는데다가 충분히 우리 사단 보안부대에 나를 얘기했는지 난 순식간에 요즘 말로
관심사병이 되었다.

"강지훈 이병있나? 강지훈 이병 어디갔나?"
보안반장이나 그 밑에 부관이라과 불리는 박중사가 주말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내무반에 나타났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나가 밥사주고 술 사주고 했다.

나중에는 김상병이라는 성질 드럽게 생긴 보안대 사병도 날 데리고 나가서 술을 사줬다.
외출증?  그런 거 없었다. 하스스톤 모바일 쉽게 깔듯 그저  보안대 지프차에 태워서 나가 버리면 뒤늦게 위병소에서
저 옆에 탄 사병새끼 뭐냐 어쩌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어.

"시발, 어떤 새끼는 일요일 점심마다 고기 처먹고... 말년은 시레기 똥국에 짬밥먹고.."
나에게 시비거는 고참도 있었다. 그런데 중대장이 나를  구타하면 부대 발칵 뒤집힌다고 으름장을 놨다. 물론 나도 아예 안 얻어터진 건 아니다.
때론 조인트로도 맞고 단체로 빠따도 맞았다.

다만,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기라던가 밤에  잠 안재우기 같은  직접적이고 저열한 얼차려는 내게 없었다.
난 내 주위에서 고참들에게 그런 고문을 당하는 애들을 많이 봤다.

보안대 박중사가 자기를 친형처럼 생각하고 어려운 거 얘기하라고 했다.  순희가 면회 올 때  외박을 어렵게 부탁했다.
박중사가 들어줬다. 보안대를 통하면 군 생활은 진짜 안되는게 없었다.

우리 중대에는 대학교  다니는 애들이 손가락에 꼽았다.
박중사는 중대  대학출신 사병을 불러 놓고 주변에 아는 학생 운동권을 계보를 대라고 했다. 나야 아는게 없으니 말할수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우리과 민문연의 방종현 선배는 똑똑했다. 방종현이 나한테 만약 지랄했으면 난 방종현을 지하써클의 일원이라 불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걔네들이 탐독하던 문건은 워낙 불온성이 강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입대전에는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입대하니 보안사 중령이던 외삼촌이 졸라 위대해 보였다
순희가 면회와서  외출을 나가면 우린  자연스럽게 여관에 갔다. 아니 사실은 순희가 먼저 내손을 잡았다.
일부러 내 손을 잡고 여관 앞에서 말했다.
"남자들은 군대 가면 더 하고 싶다면서?"
순희는 참 영리한 여자다.

하하앗...하아앗..핡핡...아앗!!!
퍽퍽!! 퍽퍽퍽!!!. 퍽퍽퍽!!!!

그동안 순희의 빨통은  B+ 수준으로 커졌고  보지는 여전히 쫄깃했다. 순희 봊이에 쑤실 때 마다 내 좆을
조개가 꽉 깨무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거의 다 들어가던 윤지영의 허벌창 봊이 와는  질이 달랐다.

좀 우습지만 순희와의 섹스는 기운이 솟는 것 같았다. 이게 음양의 조화인가 보다. 윤지영과 떡치고 난 다음에는 허무하고 힘만 빠졌다.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에는 허무가 없다. 그것은 쾌락을 넘어 남녀간의 하나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군용담배에 정력감퇴제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벌건 대낮에 두번 떡치기는 쉽지 않았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럴 때  순희가 자청해서 입으로도 해줬다.
"지훈씨, 힘들면 내가 입으로 해줄까?"

순희의 김삿갓 실력은 윤지영과는 스킬 면에서 뒤졌지만 많이 늘었다.
"이번에는 지훈씨거 그냥 먹을거야."
전에는 사정하자 마자 화장실 달려가 급하게 퉤퉤 뱉던 순희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다 사건이 하나 터졌다.
일병 달고 한번은 순희가 면회와 손잡고 대낮에 여관 앞에 얼쩡거리다가 헌병 두 놈에게 풍기문란 어쩌구 시비를 당했다.

난 순희를 옆에 두고 체면이 있어서 천하의 헌병에게 떽떽거렸고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두 헌병은 진짜 병장인지 모르겠으나
"일병 나부랭이가 감히..." 하는 표정이었다. 아마 내가 애인과 대낮에 섹스를 하니까  더 열받은 것 같았다.
외출증 보자고 하는데 아뿔싸! 내가 외출증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헌병들이 확인하자며 짚차에 나를 태워서 연대 위병소로 데리고 갔다. 난 무서워서 우는 순희보고 걱정말라고 기다리라고 했다.
현병 두 놈이 연대 위병소에서 확인좀 해야겠다며 아주 캐위세를 부렸다.
보안대  박중사가 있는 한  난  별로 무서울게 없었다.
위병소에서는 날 아는 병장이 난감해 했다. 위병소는 우리 본부중대 관할이라서 내가 아는 다른 상병에게 눈짓을 했다.
'보안반에 연락좀 해주시지 말입니다.'
상황실에 연락하는 척 하면서 보안반에 연락했다.
"여기 강지훈 일병이 외출중 분실해서 지금 헌병에게 끌려왔지 말입니다."
주말이라 연락 받고 박중사 대신  보안대 김병장이 나왔다. 나에게 술 사주던 성격 드러운 그녀석이었는데 진급했다.
머리도 거의 말년처럼 길었다. 헌병들은 못알아봤다. 간부가 아니라 사병이 와서 따지니 조금 뜨악한 표정이었다.

주말에 불려나와 짜증난 김병장은 헌병에게 따지듯 물어 자초지종을 듣더니 갑자기 그 헌병에게 그대로 싸다귀 작렬시켰다.
위병소에 있는 사병들이 그걸 보고 다 놀랐다.

"이 개새끼야!  외출나간 사병이 여관앞에 서 있는게 풍기문란이라고? 너 군기교육대 한번 갈래?  너네 중대장 이름대봐."
"상병 xxx,  잘못했습니다"
알고보니 헌병 한놈은 병장이었고 한명은 상병이었다.

"이 개새끼가, 목소리 봐라."
다시 정강이를 걷어차는 조인트가 작렬했다.

"히발새꺄. 오늘 부터 너네 헌병대장실에 모든 장비 다 걸어버린다. 니네 중대장 한테보고 해. 개새꺄. 꺼져."
금방까지 기세등등하던 헌병들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비실비실 거렸다.

지금은 기무부대 위세가 그정도는 아닌걸로 알지만 80년대 당시에는 진짜 그랬다.
나는 보안대 박중사와 더 친해지면서 점점 그 실체를 알아갔다.

내가 보기에는 하급장교들은 보안대 사병들이 가끔 반말투로  찌걸여도 쩔쩔맸다. 어떤 놈은 알아서 서로 존대말썼다.
전입한 장교들은 보안반에서 신원조회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때 캐갈군다고 했다.

웃긴 것은 보안반 장교나 하사관들은 그걸 보고 결코 말리지 않는 다는 것.
오히려 은근히 즐긴다. 보안대의 하극상은 공공연한 비밀같았다.

게다가 보안대 사병들은 거의 다 꼬리표가 있었다. 즉 빽이 막강했다. 그래서 보안대 장교들도 사병들을 때리지 않았다.
김병장은 박중사의 하명으로 가끔 사복차림으로 주말에 나 데리고 부대 인근에 나가 술 사주고 했다.

머리가 길지만 장교같지는 않고 사병치고는 캐건방져서  검문 다니던 헌병들이 힐끔 힐끔 김병장을 보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김병장은 능글맞게 "뭘봐? 나 국군병장이야."라고 눙을 떨었다. 그러면 헌병들은 알아 먹는 것 같았다.
보안대원들은 소속이 국군보안사령부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헌병대장이라도 통신감청을 하는 보안반에서 감청장비를 집중시키면 골아파 진다고 했다. 걸면 걸린다는 거다.
오히려 보고 받은 헌병대 장교가 김병장에게 연락이 왔다.
"거, 김병장. 우리 애들이 뭐 좀 실수를 했나 본데..."

캬....히발... 방약무인한 보안대... 물론 나도 꼬리표 단 군인이었다.
그 사건 이후 중대에서 난 헌병대도 못건드리는 사병으로 소문이 나 아무도 못건드렸다.

내가 보안대의 위세만 믿고 탱자탱자 군생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박중사에게 간혹 내무생활도 부탁한 적 있다.
우리 소대에 김윾식은 아니고 김규식이라고  악마같은 상병이 있었다.

이 새끼는 쫄따구 괴롭힐 때 심지어 귀를 물었다. 자기가 무슨 전주의 XX파 건달이라고도 했다.
가만히 얘기들어보니 오히려 목욕탕 떼밀이 출신 같았다. 한, 두달 쫄따구와  나 빼고는 거의 다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 중 제일 괴로운 것은 순둥이 박준홍 일병이었다. 걸핏하면 싸데기 날리고 반합으로 머리를 계속 때려서 피도 났다.
너무 심했다. 밤에는 잠을 안재우고 심지어 박준횽의 잦이도 주물렀다. 박준횽 일병의 군생활은 그냥 생지옥이었다.

군대에서 자살 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러다 죽으면 또 의문사 처리 할 것 아닌가. 당시는 군대에서 죽거나 사고가 나도
군에서 언론통제를 해서 일반인들은 몰랐다.

난 박중사에게 부탁했다. 박중사는 알았다고 조용해 처리해준다고 했다. 대신 외삼촌에게 얘기좀 잘 해달라고도 했다.

"이 히발 새꺄..."
어느 날 갑자기 내무반 문이 열리면서 중대장이 달려나와 김규식 상병을  개패듯 팼다.

"시발새꺄. 애들 그렇게 때리지 말랬지.."
악마고참 김규식이 쓰러지자 중대장이 워커로 짖밞았다.

"내가 지금 대위만 몇 년 인줄 알아. 이 히발새캬!"
중대장은 3사 출신으로 대위를 오래 단 것 같았다.
달려온 선임하사가 말리지 않았으면 김규식 상병은 맞아서 후송갈 뻔 했다. 김규식은 그 뒤 다른 소대로  바뀌었다가 취사반으로 보내졌다.

그래서 박준홍 일병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순둥이 박준홍 일병은 눈물을 흘리면서 내게 고마워했다.
군대 얘기가 길었다. 그 어둡던 5공 군대생활을 편하게 보낸 게 복이라면 난 참 복 많은 사람이었다.
일병 휴가를 가면 하루 이틀 집에 있다가 바로 순희 고향에 내려가 늘 순희 손을 잡고 다녔다.
순희는 이미 내 인생의 동반자였다.

"넌 휴가 나오면 집에 좀 있지.  매번 어디가니? " 어머니는 투덜거렸지만 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내 운명을 가를 진짜 큰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고보니  내 젊은 날...순희와 나에게 신은 너무 가혹했다.(계속)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7

80년대 부잣집 도련님과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가정부의 사랑.
어쩌면 동정심이었을까.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천재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이 기타를 연주하던 메탈밴드 알카트라즈 앨범명처럼 록큰롤에 탈출은 없고...
사랑에는 동기가 없다.

난 순희가 보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마음 한 구석에 들꽃 같은 하얀 사랑이 싹트고 있엇다
적당히 외모나 성격에 끌리는 감각적인 사랑이 아니라...내 마음 깊은 곳의 순결한 사랑..

순희에게 그걸 느꼈다. 그래...사랑이란 건 말야. 같이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아.
뇌섹남이 즐겨한다는 하스스톤 모바일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큰 것 처럼 말이다.

어느 날 순희가 나를 떠나고 편지도 끊기니 더욱 더 안타깝고 보고 싶었다.. 순희야....

윤지영과의 결별은 별다른 절차가 필요 없었다.  밝히는 년들에게는 섹스가 쵝오의 아름다운 이별의식 아닐까.
솔직히 여대생 치고도 지영처럼 몸매가 두루 괜찮은 애는 만나기도 쉽지 않다.

지영이를 침대 위에 내던지다시피 뉘인 다음 잽싸게 문을 잠갔다. 그리고 길거리표 죠다쉬 상의 티셔츠 부터 거칠게 벗겼다.

"어머..어머..지훈아..급해?"
"미치겠어....빨리 팬티도 벗어..."

"알았어..."

지영이는 창녀처럼 대해줄 수록  더 좋아했다. 참 이상한 애였다.
전생에 아마 그런 계통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핥! 아, 하, 아..앙...자..기..아..자기..으응, 하앗!”
퍽퍽! 퍽퍽!! 퍽퍽퍽!! 퍽퍽퍽퍽!!!!

"좋아? 괜찮아?...더 세게 박아줄까? 아앗..아흣...
"아하앙..아핫..핡...자기야..좋아...아아..."

나는 잦이를 씻고 나와서 잠시 지영이 빨통을 주무르다고 다시 잦이를 지영이 입쪽으로 들이댔다.

"지영아? 내 것 좀 빨아 줄래?"
"응?.. ....지훈아?"

"나도 니것 빨아줄게..."
"아...알았어..."

방종현 패거리를 만나고 와서도 별 다른 얘기가 없는 것에 안도한 지영은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했다.
난 거의 매일 지영이를 우리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가정부 아줌마와 떡칠 때처럼 포르노를 틀어놨다.

"지훈아. 저거 야하다.  너무 자극적이야."

'왜. 이 걸레년아. 네가 좋아하는거 잖아..'
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지영이의 입에 이미 가느다란 탄식이  나오고 있었다.
포르노를 구경하면서 지영이는 한손으로 자기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야한 장면을 보니 냄비가 끓듯이 색욕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거다.

맞다. 체질적으로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남자 좆대가리 없이 못사는 애들이다.  기름을 넣어야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 처럼 봊이를
쑤시면서 정액을 투입해야 생활할 수 있는 애들이 있었다. 안 그러면 시름시름 앓는다.
현명한 옛 어른들은 그것을 에둘러 '서방병'이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느꼈지만  윤지영은 분명 그런 애 였다.

쭈루룹쭈루룹... 핥짝핥짝....

윤지영이 내 잦이를 정신없이 빤다. 귀두를 혀로 굴리고 불알을 핥는다.
무언가 결핍 증세가 있는 애 처럼 잦이를 탐닉한다.  지영의 ㅅㄲㅅ가  보통 솜씨가 아니다.

그렇게 얼마 전까지 군대간 종우형의 잦이도 빨았겠지....시발년.
휴가 나온 종우현 잦이는 또 얼마나 빨고 싶었을까. 남자 잦이 빨면서 스스로 신음소리 내는 너야말로 진짜 색녀다.

애초에 우린 연인이 아니라 섹파로 만났어야 했다..

내가 지영이 엉덩  움켜잡고 내쪽으로 돌려서 봊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아아..아아앗....지영이가 엉덩이를 비튼다.
하나..둘....셋...벌써  봊이에 손가락에 세개나 들어갔다. 금새 보짖물이 흥건해졌다.

아아아앗....아항..
그래도 손가락 빼라는 소리는 안한다.

지영아...가슴에 싸도 돼?

찌익.....찍찌이이익~~~

난 지영의 빨통 위에 좆을 세우고 내 정액을 힘차게 발사했다. 가슴과 배꼽 도처에 내 하얀 정액이 흩뿌려졌다.
지영이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 장면을 본다.

"지훈아...네가 사정하는 것 볼 때 나 많이 흥분 돼."
지영이 때문에 남자들이 사정하는 것을 보는 여자들이 흥분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훈아. 너 요즘 왜 그렇게 섹스 많이 해? 그 동안 많이 참은 거야?"

이년아. 너랑 이별하기 전에 본전 찾으려고 한다. 그동안 너에게 투자한게 얼마냐.

"지영아...차 시트 뒤로 밀께.. 빨리 팬티만 벗어.."
"지..지훈아. 여기서 할려구..?"

야밤에 남산 밑에서 하는 카섹스는 짜릿했다. 멀리서 힐끔힐끔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짜릿 한 것 같았다.

퍽퍽...퍽퍽퍽!! 퍽퍽퍽!!!!!!

아아아..아학...아아아..지훈아....사랑해...
아읔..아핡..아흐흐..아흐흣...아학

난  매일 골반이 부서져라 지영이 봇이에 미칠듯이 박았다.  지영이도 섹스라면 지치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잖아? 남자 좆맛. 너 이거 없이 못 살잖아. 오죽했으면 애인과 사귀면서 다른 남자랑 떡치고..
그 애인 군대 가니 곧바로 내 좆을 찾았니..자, 실컷 좆맛을 느껴봐.이 걸레뇬아.'


라디오에서 듀란듀란의 "리플렉션"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 팝송 진짜 지겹게 나오는구나.

팝그룹 '웸'과 '듀란듀란'이 한국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더니 갑자기 '아-하'라는 그룹이 만화 뮤직 비디오를
들고 튀어나와서  바야흐로 80년대 이 팝그룹 3파전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듀란듀란의 베이시스트 존테일러에  미친 여고생들 진짜 많았다.

난 전에 포르노에서 여자 봊이에 딸기잼과 아이스크림을 발라서 빨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지영이가 나를 정신적으로 농락했으니 나도 지영이를 육체적으로 농락하고 싶었다.

"지훈아. 왜 딸기잼 사오라고 했어? 아줌마 시켜서 사왔다.  식빵 발라 먹을려고?"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아니요. 엄마가 좋아하는 윤지영이 봇이에 발라서 빨아먹으려구요......'

막상 시도하려고 했는데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포르노에서 본 것 처럼 이것 저것 다 해봤다.  So What?
그럼...이젠 버릴 차례다.

헤어지기 전날 난 지영에게 어머니 비자카드를 슬쩍 꺼내서 백화점에서 정장을 여러벌 사줬다. 실컷 먹었으니 이제 화대를 치러야지..
아참, 꼴에 신촌 지역 여대생이라 비싸지....

지영은 오히려 쿨 했다. 보통 애가 아니었다.  날 빤히 쳐다보더니 장미를 하나 꺼내 물었다.
나도 그동안 알고 있는데 모른척 했다. 지영이 입에서 풍기던 담배 냄새를.

"그래서 헤어지자고?"
"엉..."

"이럴려구 너 요즘  맨날 그렇게 나랑 잔거니?"
"응.."

"개새끼..."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다방에서 나가버렸다.  찬바람이 일었다. 남궁옥분의 '사랑사랑 누가말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윤지영과의 짧은 연애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난 그 후 매일 술을 마셨다.  우리 동네에는 늘 술친구들이 있었다. 대학을 안갔고  군대 가기전에 이런 저런 알바나 하면서
반 백수로 청춘을 썩히는 애들이 꽤 있엇다.  

지가 공부 하기싫어서 대학을 못갔으면서 늘 제도 교육을 욕하고 현실이 시궁창인 탓을 사회와 정부로 돌리는 새끼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느 시대에도 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의  물주를 자임했다. 순희와의 이별, 그리고 다시 지영이와 연애 또 이별....
1년도 안된 기간동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난 군대 가기로 결심했다.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 이런 저런 상처를 입을 때 군대를 젊음의 도피처로 삼았다. 내가 딱 그랬다.

보통 재수안하고 대학간 애들은 2학년 마치고 가고 재수한 애들은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다.
난 시험 때를 제외하고 거의 학교를 안나가고 동네 껄렁패들과 통닭집을 아지트 삼아 소주를 마셨다.

가끔 낮술에 취해서 강의실에 들어가면 교수는 오히려 시국에  고뇌하면서 술 퍼마시는  운동권 학생인걸로 오해했다.

그 몇달 전에 대학생들이 미문화원을 점거해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세계적 토픽이었다.
당시에는 데모하러 수업 빠지는 애들이 워낙 부지기수여서 교수가 많이 봐줬다.

그래도 학점은 그럭저럭 메꿨다.  란영이가 이것 저것 많이 도와줬다. 나를 좋아하는 란영이는 키작고 똥똥한 대신 가슴이 컸다.

며칠 후 우연히 학교 앞에서 마주 친 윤지영이가 어떤 복학생 선배와 손잡고 재잘 거리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역시 넌 걸레였어.'  난 스스로를 위안했다.

집에 가면 동네 껄렁패들과..... 어쩌다 학교가면 란영이와 술을 마셨다. 란영이는 술이 들어가면 나한테 습관적으로 기댔는데 
큰 가슴의 
촉감이 느껴졌다. 란영이는 가끔 "으응..." 하며서 내 팔에 기대 고개를 묻고 가슴을 비볐지만 난 차마 란영이까지 따먹을 수는 없었다.

술 자리에서 몇 번이나 내 손이 란영이 가슴까지 갔다가 도로 돌아왔다.

"란영아,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그래 줄래?"
란영이가 슬픈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을 때 난 란영이와 딱 한번 진한 우정의 키스를 했다. 그 키스는 슬펐다.

밤 12시에 찾은 천호동 텍사스는 대낮 같았다.  창녀촌 업소는 대개 붉은 빛이 많아서 당시에는 '정육점'이라고 불렀다.
여자가 봊이를 파는 것 또한 고기를 파는 것이다.

당시도 창녀촌은 불법이었지만 현명한 경찰은 단속을 하지 않았다. 5공 시대 경찰은 적당히 영업을 허용해주고 돈만 갈취했다.
국가는 그런 식으로 남성들의 배설욕구 푸는 것을  묵인해줬다.

"오빠...오빠야....여기..여기..."
"아, 잘생긴 오빠...여기로 와..잘해줄게"

붉은 빛이 즐비한 창녀촌을 걷다 보면... 여고생 교복입은 뇬도 있고...세라복 입은 뇬...공주 드레스 입은 뇬도 있었다...
별 년들이 다 호객행위를 했다.
사실 대한민국 코스프레의 선구자는 창녀들이다. 디시인사이드 코스프레갤 보다  거의 20년 가까이를 앞섰다.

어떨 때는 진짜 일본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것 같은 청순한 미모의 여자애도 보았다.
저런 미모를 가진 년들이 왜 저 유리창에 저러고 사나 생각도 했지만 윤지영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봊이에 좆이 매일 매일 꽂혀야만 태엽 감기듯 움직이는 기계들아닌가. 창녀들은 생계형이라 우기지만 사실  섹스를 해야만
삶이 지탱되는 걸레일 뿐이다.
왜냐면 당시 경제상황은 나날이 호전되고 일자리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올림픽을 앞둔 대한민국은 조선시대 이래 쵝오 호황이었다.

"시발...오늘 떡치고 싶은 새끼 남아라."

"오, 홧팅!! 지훈아. 난 한달동안 굶었다."
"지훈아...나도 딸치는 것도 이제 서럽다."

우린 입대를 앞둔 왕성한 성욕의 21살 남자였다.  우린 술이 떡이되면 택시를 타고 천호동 588 거리를 누볐다.

588거리에는 휴가나온 해병대들 모여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환경 미화원 복장의 아저씨도 있었다.
그 때는 빡촌 거리를 사람들이 통행로 처럼 자연스럽게 다녔다. 고등학생들도 바짓속에 좆을 잡고 유리창 속의 여자들을 구경했다.

난 점점 썩어가고  자학하고 있었다. 더구나 남자들이라면 느끼는 입대 전의 젊은 날의 허무가 밀려왔다.
주갤럼들이라도 한번 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난 그럴수록 솔직히 순희가 보고 싶었다. 썩어빠진 내 영혼은 해맑은 순희의 맑은 영혼을 만나면 정화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내 옹졸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더구나 입대 영장까지 받아 놓은 새끼가 이제 와서 옛 여친을 찾는다?
그건 메르스 걸린 여시가 격리를 거부하면서 피해다니는 것 처럼  아주 비열한 짓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악한 놈이 입대 영장 받아놓고 소개팅하는 거였다. 나 강지훈은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았다.

거의 100일 연속으로 술을 마시니 나중에는 코피가 났다.  낮에는 NHK 일본 방송 보면서 빈둥거렸다. 난 일뽕이었다.
일본가 문화 개방 전이지만 우리집에는 안테나가 달려있어서 일본 TV를 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보안사에 계신 외삼촌에게 말해서 서울의 국방부나 편한 데로 빼준다고 했다.
난 그냥 전방에서 푹 썩고 싶다고 고집 부렸다. 어머니가 하도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나마 면회 가기 쉽도록  경기도 쪽 부대로 합의를 봤다.
나 뿐 아니라 80년대 돈있고 뺵있는 애들은 다 그런 식으로 군대를 골라서 갔다.

난 아무래도 좋았다.  당시 복무기간은 2년 6개월이나 되었다. 청춘을 저당잡힌 병정놀이는 그 시절에는 젊음과의 절연을 의미했다.
달력에 X를 치다 보니 하스스톤 모바일 하듯 시간이 흘러 입대 1주일이 남았다

이제 군대 가기 전에 할 일은 거진 다 끝냈다. 친척들 찾아 뵙고 형우랑 깡철이도 만나고 ...
보기 싫은 윤지영만  빼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 한번씩  만났다.

순희야....순희를 볼 차례다.

난 금은방에 들러서 18k목걸이를 하나 샀다. 그 흔한 악세사리 장신구 하나 없이 다니는 순희 목에 꼭 걸어주고 싶었다.

'순희가 아직 애인 없으면 좋겠다...' 라고 혼자 상상도 해보았다.

혹시 애인 없으면 날 받아줄까..아니다. 그냥 마지막으로 순희 얼굴 보고 가자.
만약 애인 없으면 그냥 나 군대가니  편지나 가끔 써달라고 할까? 아니다.  그것도 찌질하다.

그치만 지금 진짜... 진짜 보고 싶었다. 그냥 얼굴이나 보고 가자. 하스스톤 모바일 과금하듯 난  마음을 비웠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에 올랐다.  xx시에 내려 다시 순희네 동네로 가기 위해 시골버스를 타고 한참 들어갔다.
그 동네는 하루에 세번 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해가 바뀌어 겨울이지만 꽤 따뜻하고 좋은 날씨였다.

순희 집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승용차로 갈 때와 또 달랐다. 간신히 찾았다.
순희네 시골 집은 담이 낮았다. 난 슬쩍 안을 살폈다. 마당 안에 아무도 없다.

한참을 기다리니 안채에서 왠 아가씨가 나온다. 커다란 통에 빨래를 잔뜩 갖고 나온다. 
아마 볕이 좋으니 빨래줄에 널어 놓으려는 것 같았다.

순희다.....난 눈물이 핑돌았다.
순희 키는 160센티로 자그마했지만 몸매는 늘씬했다. 살짝 튀어나온 도톰한 입술..한결 더 예뻐졋다.
순희는 전혀 시골 아낙같지 않았다. 서울 아가씨가 잠시 시골 부모댁 찾은 것 같았다.
그만큼 그동안 서울물 먹었던 23살의 순희는 더 세련되었다.

순희가 빨래를 널으려고 손을 치켜드니 빨간색 상의가 들려 올라가 잠깐 순희의 배꼽이 살짝 보였다.

'얘는 잘 좀 가리지...'
한편으로는 꼴리면서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참, 내 여자도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하는거야..'

난 이미 페이트가 다 벗겨진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잘 지냈어?"

순희가 나를 보더니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빨래를 넌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태연하게 말한다. 마치..마치...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참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응..그냥..."

다시 순희는 묵묵부답으로 계속 빨래를 털더니 계속 넌다. 일요일이라서 밀린 빨래를 하는 것 같았다.
순희도 ....나도 별 말이 없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내가 또 입을 열었다.

"순희야, 이거 아버지 드려. 한약 좀 지어왔어. 아버지 전에 천식 심하다고 했잖아."
빈 손으로 가기도 뭐해서 난 서울에서 용하다는 한약방에서 한약을 지어왔다.

"거기다가 내려놔."

순희가 또 냉랭하게 말했다. 작은 대청마루에 앉으라는 말도 없으니... 난 그냥 쭈삣거리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어디갔나보네?"
"엉, 동생이 아버지 모시고 마실 나갔어."

다 쓰러져가는 작은 집을 살펴보았다. 딱히 변한게 없었다. 다만 마루 밑에 굽 높은 하이힐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못 본 동안 순희도 꽤 외모에 많이 신경을 쓰는것 같았다. 화장을 거의 안하던 애인데 오늘은 일욜인데도 살짝 화장을 한 것 같았다.

혹시..?  난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유치하긴 하지만... 내겐 중요한 질문이었다.

"순희야.  호...혹시 만나는 사람 있니??"
"그럼 없을 줄 알았어?"
순희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작은 회사라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인데... 만나거나 들이대는 남자가 꽤 있겠지.

순희는 고운 얼굴에 인생에서 제일 아름다울 나이다. 여자는 20살이 지나면서 한 해가 바뀔수록 더 이쁘고 성숙해져가는 것 같았다.

난 마음을 비우고 왔지만 그 말을 들으니 또  힘이 쑥 빠졌다.  자꾸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난 선생님에게 혼난 아이처럼  잠시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 순희의 발만 뚫어지게 쳐다 봤다.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통제하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런 푸대접에... 그냥 갈까 하다가 입대전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인사는 하고 싶었다.
그게 순희에 대한..아니, 우리들의 짧지만 뜨거웠던 청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순희야.."
"왜..."

"잘 지내,  알았지?"
"그래, 너 보란듯이 잘 살거야."

순희의 대답에 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 이해한다. 미안하다..순희야....

"나, 군대가.."

갑자기 순이 눈이 커졌다. 빨래를 널던 손이 잠깐 파르르 떨리는 것을 난 놓치지 않았다.
잠시 후 순희는 침착을 되찾았다.

"언제 가는데?"
"다음주...."

순희의 얼굴에 갑자기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순희야. 나 원망 많이했지?"
"........."

"난 걔랑 오래 전에 헤어졌어. 내가 참 바보 같았지..."
순희가 빨래를 널던 손을 잠시 내려놓고...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여전히 말이 없었다.

"순희야,  많이 미안했고 참 고마웠어..."
"............"

순희 얼굴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난  갑자기 서러웠다. 그래도 입대 전 밝은 표정으로 대해줬으면 내 맘도 편하겠는데..

하긴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
그렇지만 끝까지 순희의 그런 퉁명스러운 모습은 난 싫었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그때 다시 보게 되면... 지금보다 좀 더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려나왔다.

난 잠시 침울 했지만.. 애써 쾌활을 되찾고 말했다.

"아참, 순희야 이거 받아."
순희가 나를 조용히 쳐다봤다.

"그냥 싸구려 목걸이인데 예전에 너 선물도 제대로 못해줘서 늘 마음에 걸렸어. 군대 가기전에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니까... 다른 뜻은 아냐. 그냥 받아..."
"..........."

어느덧 순희의 눈가가 물기에 촉촉해 지고 있었다.

"나 군대 가면 몇 년은 못 보잖아. 그냥 가면 너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서.. 이렇게 내려왔어."
"..........."

"너 사귀는 사람 있다니 잘 됐다. 넌 좋은 애니까..그리고 뭐든 잘하고... 잘될거야."
".........."

갑자기 내 목소리가 울먹여졌다.
"나...나도 네 옆에 있고 싶었는데..그..그게 잘 안되네..세상일  참 뜻대로 안된다.."
"..........."

"..잘있어. 나 갈께."
"................"

뒤돌아서 순희집  대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났다. 그래서 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눈물이 점점 빰에 흘러내렸다.
난 훌쩍 거리며 마구 뛰었다. 제길...제기랄...이게 아닌데....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저녁  7시에 있었다.  나는 그 동안 동네 만화방에서 당시 최고의 화제였던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다가 시간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순희 집 쪽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돌리고 쳐다봤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순희와 한 집에서 아옹다옹 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 생각하니 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멀리서 시골 버스가 먼지를 풍기며 오고 있었다.

순희야..... 미안해...잘 있어라.. 어,  바로 그 때였다! (계속)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6

"지훈아, 누구?...너 저녁에 누구 만난다고?"
"엉..'민문연'이라고  우리 과에 모임이 있어. 사회과학모임이야."

학교 내  벤치에 앉아서 지영이 내게 물었다.

"왜 만나는데?"
"아, 그 패거리가 원래 운동권이야. 신입생 포섭하는 거겠지 뭐."

"그래?"
지영이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지훈아..안 만나면 안돼? 너 그런거 관심없잖아."
"야. 걱정하지마라. 내가 그런데 넘어갈 사람이냐?"

우리과 민문연  3인방 중에서 2명은 2학년인데 이 새끼들은 별로 상대하기 싫었다. 그런데 사실 방종현 선배는 호감이 있었다.
난 신입생 환영회에서 깔끔한 용모의 방선배가 마이크를 잡고 매끄럽게 얘기하는 것을 기억한다. 방선배는 평판이 좋았다.
더구나 나와 같은 고교는 아니지만 인근 사립고교 출신으로 지역적인 동질감도 있었다.
살다보면 남자지만 한번 얘기해보고 싶은 상대가 있는데 바로 방종현 선배였다.

"민문연... 너네 과 모임 들어본 것 같다. 근데 거기서 누구 만나는데....?"

얘가 왜 이런 걸  자꾸 묻지...속으로 좀 의아했다.

"아.. 여자 아냐...방종현이라고 선배야.."
"어멋.."

지영이가 화들짝 놀랐다.

"왜그래?"
"아..아냐...."

"지영이 넌 넌 가끔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더라..."

지영이의 눈치를 살피니 우리 과 방종현 선배를 아는 눈치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2학기 1학년 개강파티 할 때다. 그때도 학기가 시작되면 개강파티라는 명목으로 술집을 잡고 흥청망청 퍼 마셨다.
나 같은 80년대 학번 꼴통대학생들은 솔직히 지겹게시리 공부를 안했다.


우리 학년 여자 중에서 김란영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키작고 똥똥했다. 당연히 내 관심 밖이었다.
얘가 학기초에 나한테 들이댄 적이 있다.

어느 날 나보고  아놀드슈왈츠 제네거가 나오는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지훈아. 너 그 영화 안봤으면 같이 보러 갈래?"

80년대에 단 둘이 영화 보러 가자는 얘기는 곧 바로 노골적인 데이트 신청을 의미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란영은 많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2학기 개강파티 때 넒은 비어홀을 빌렸는데 걔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원래 그런 류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과대표가
하도 지랄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이 자리 저 자리 다니면서 얻어 먹은 OB 맥주 몇 잔에 취한 란영이 나한테 오더니 말했다.

"너 혹시 아직도 영문과 윤지영 사귀니?"
"그냥 뭐....근데 그걸 왜 묻냐.."

"응. 그냥...너한테 일러주고 싶은데..음음...걔 그렇게 좋은 애로 보이지 않아서..."
난 기분이 나빴다. 란영이가 나한테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혹평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피비케이츠 닮은 김란영씨...너 할일이나 잘 해.."
란영이 얼굴이 시뻘개져 날 흘겨보더니  다른 자리로 갔다.

80년대 중반 3대 미녀는 단연 브룩쉴즈, 소피마르소, 피비케이츠 였다.

민문연의  2학년 선배인 석민과 학교 앞 막걸리 집에 허름한 탁자에 마주 앉았다. 방종현은  무슨 세미나 참석차 좀 늦는다고 했다.
사실 방종현은 그 계통에 거물로 보였다. 원래 진정한 거물은 학생회장이니 뭐니 공개적인 직책을 맡지 않고
지하써클을 통해 움직였다.

내 예상이 맞았다. 술 한잔 마시자는 것은 나를 자기네 모임에 가입시키려고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석민은 자기네 모임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로운 모임이라고도 열변을 통했다.
난 묵묵히 듣고 있었다. 막걸리 몇순배가  돌았다.

아마 사장집 아들인 내가 민문연에 가입하면 상징적인 효과도 클 것이다.

당시 과내에서 일부 까불거리던 운동권애들에게서 난 가끔 부르주아 집안의 자식 취급 당하고 있었다.

'2학년 나부랭이들이 솔직히 뭘 알아..'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석민이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다.  난 대학입학전에 이미 '이념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게다가 뇌가 섹시한 남자가 하스스톤 모바일 하듯 난 책읽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 아버지는 TK출신으로 완고하고 보수적인 집안에다가 외가에는 군인이 많았다.
내가 알기로 아버지는 당시 민정당 실세 보안사 출신 권x달씨와 동향이라 선이 닿았다.

더구나 나랑 친한 막내 외삼촌은 보안사 중령이었다.  어릴 때 부터 똑똑하던 막내 외삼촌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엘리트 출신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지 
보안부대에서 오래 근무했다.

우리 집에 자주 들러서 아버지와 정치얘기를 하고 돈도 많이 받아갔다. 내가 알기로는 과거 보안사 장교들은 워낙 위세가 막강해서
기업인들에게 용돈도 자주 받았다고 들었다. 

아마 외삼촌은 아버지를 통해서 돈도 전달 받은 듯 했고 올 때 마다 아버지의 권유로 나한테 대한민국 실정에 대해서 교육해줬다.

석민은 한창 5공화국의 탄생의 부당성과 현 정세의 대학생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설명했다.
나는 막걸리를 마시며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석민도 제대로 알고 있는것 같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석민은 한마디로 얼치기 였다.

"제5공화국은 전두환과 군인깡패들이 정권을 찬탈한거야. 바로 잡아야지. 그게 우리 청년학도의 역할이란다."

"글쎄요?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는 사회에서 권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총구를 가진 집단으로 흘러갑니다.
필리핀이나 버마, 베트남 같은 아시아를  돌아보고 남미를 보세요.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내 기습에 당황한 석민은 목이 타는지 막걸리를 거푸 들이켰다.

"지훈아, 그럼 우리 청년 학생은 가만히 있어야 할까?"

"석민선배. 지금 대한민국 1인당 GNP를 보세요. 이추세로 나가면 80년대 후반에 4-5천달러까지 갑니다.
우리가 세계 최빈국이었잖아요. 민주화는 경제적 수준과 함께 증가합니다. 먹고 살만해지면 민주화는 저절로 따라 옵니다."

석민은 계속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넌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화 국가 정부라고 보는거니?"

"서구 민주주의 역사는 2백년을 넘습니다. 일제 시대를 빼면 우린 기껏 30여년 입니다. 아이가 자라야 어른이 되는거죠.
일제시대 직전에는 왕정이었어요. 왕정!  5공화국 헌법은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7년 단임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보면 되겠네요."

"넌 우리나라 정부가 자주성있다고 보니? 현정권은 미국의 꼭둑각시에 불과해..."

"지금 북괴의 상투적 선전을 그대로 따라하시는군요. 심각한데요. 글로벌 시대에 힘이 센 국가에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소련이 동유럽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듯 말이죠."


"너 80년 광주에서 사람이 죽은 것 많이 알고 있니? 전두환 살인정권은 무고한 국민을 총칼로 찢어죽였어!"

술기운이 오르면서 나의 되바라진 답변에 석민이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스스톤 모바일에 열중한 눈빛 비슷하게 되었다.

언제왔는지 방종현도 어느새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의아하다는 눈길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광주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었는지 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도 방송국에 불을 지르고 캘리버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도청을 점거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상태라면 어느 나라 공권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겁니다. 진압하겠죠."

"그건 정당한 민중의 항쟁이야!"

"진압군도 적법한 명령을 따른 겁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삽니다."

"뭐야? 너 지금 군사정권 옹호하냐? 말이 안통하네. 이 부르쥬아 같은 새끼!"

논리가 안되니 감정으로 나왔다. 석민은 전형적인 골이 비고  저급한  운동권이었다.

"선배, 지금 말 다하신겁니까?"
나도 술 한잔 들어갔겠다... 결코 지지 않았다.

그 때였다.

"석민이 너 지금 후배한테 뭐하는거야!!!?"
듣고 있던 방종현이 석민에게 소리를 버럭질렀다.

석민이 약간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방종현을 쳐다 보았으나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방종현은 고수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종현은 금새 인자한 눈빛으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지훈아. 형. 술 한잔 받아라. 광주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흥분해서 그래.네가 이해해라."
"예, 형"
나도 종현에게는 공손히 대했다.

"그런데 지훈이는 이제 1학년인데 되게 해박하네. 혹시 어디서 그런걸 다 들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종현이 조심스레 살피는 듯한 눈길로 나에게 물었다.

"예, 집안에 군인 삼촌들이 많아서 제가 그런가 봐요. 세상 물정 잘 모릅니다. 이해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종현이 얼굴에 일순 당황한 빛이 흘렀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아. 그렇구나. 혹시 뭐 어디서 근무하시니? 야전군인이시겠구나."

"예, 제 삼촌들이고 육사 나오셨는데 그냥 정보계통에 종사하시는것 같아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종현이 얼굴에 서서히 경악의 빛이 번져갔다.

대학가의  불온한 문건 몇장에 수십 명이 영장없이 체포되고 굴비꿰듯 보안사로 끌려 가던 시절이었다.
석민같은 얼치기는 몰라도 방종현은 보안사의 위력을 어렴풋이 실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보안사는 5공을 주도하면서 안기부를 능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셌다.

아마 정보계통에 종사하는 육사출신 군인이라는 말에 종현은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방종현은 잠시 무언가 계산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기를 띄면서  침착을 되찾았다.

"그래, 지훈이 똑똑하구나. 오늘 좋은 얘기 잘 들었다. 서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게 올바른 자세지."
그러더니 석민의 옆구리를 치더니 잠깐 밖으로 불러냈다.

석민이 금방 돌아왔다. 아까와는 표정이 많이 달랐다. 왠지 실실 쪼갰다.  종현에게 뭔가 귀뜸을 들은 것 같았다.

"야, 강지훈! 아깐 내가 미안했다. 오늘 그런 심각한 얘기는 그만 하고 술이나 더 마시자. 종현이형은 일있다고 먼저 갔다."
"그래요. 형..."
막걸리를  몇잔 더 돌리니 둘다 얼콰해졌다.

"그런데  종현이형이 뭐래요?"
"아. 너보고 하스스톤..아니 그냥 꼴통이라고 굳이 우리 모임에 입회시키지 말래. 다른 애들 물든다고..."

"하하하하..."

내가 듣기로는 석민은 방종현의 운동권 직계 후배로 알고 있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시국 얘기를 빼니 학년은 다르지만 우리는 둘다 유쾌한 동갑내기 21살 청년으로 돌아왔다.

석민은 술이 들어가더니 점점 헤벌레졌다. 암만 봐도 이시키는 얼치기 였다. 나보고 동갑이니 말도 놓자고 했다.
그래도 난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그러더니 갑자가 뭔가 생각난 듯 나한테 물었다.

"아참, 지훈아. 너 그 누구냐..너랑 같이 다니던...영문과...유...윤...."
"윤지영이요?"

"엉. 너 걔랑 아직도 사귀냐..."
그냥 "네.." 하고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술이 들어간 석민의 뉘앙스가 어딘가 나한테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하는것 같았다.
난 머리를 굴렸다.

"아, 선배. 지금 사람 뭘로 봐요.아 좀 섭섭하네."
"그치..그럼 그래야지..하하"

'뭔가 있구나...'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석민선배. 오늘 제대로 된 부르주아 짓 해볼까요?"
"꺼억....뭔데"

"제가 오늘 천호동으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응? 천호동. 거긴 내 나와바리는 아닌데.."

내가 새끼 손가락을 들어서 내보이며 씽긋 웃었다. 무슨 뜻인지 알아채리고  석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이 놈은 시국얘기를 빼면 대기업 계열사 사장 아들인 나에게  호기심과 호의가 있었다.

지금은 하스스톤 모바일에 심취하지만 그때 음악에 흠뻑 빠졌던  나는 엄마에게 돈을 타  야마하 키보드를 구입하려고
꽤 많은 돈이 가방에 있었다. 난 제프백과 협연하던 얀해머도 좋아했고 미국에서 불던 신디사이저에  열풍에 관심 많았다.
물론 어릴 때 체르니 40번까지 피아노 교습도 마쳤다.

"오늘 선배님 말씀도 해주셨는데 제가 넘 버릇없이 굴어서 한번 제대로 모시고 싶어요."

난 재수할 때 내 생일날 술먹고 꼭지돌아서 천호동 룸살롱에 간적이 있었다.
당시 천호동은 점점 떠오르는 신흥 유흥가였다.

이쁜 아가씨가 옆에 앉으니 석민의 얼굴은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내 앞에서 조심스러워 하더니
내가 따라주는 양주를 몇잔 처마시더니 진상이 되기 시작했다.

마치 유흥가의 황태자인양 접대녀 허벅지를 쉴새 없이 주물르고 빨통에 손을 넣었다.
팬티에다가도 손을 넣으려고 시도했다.

"아잉..오빠...너무 과격해용..."
"내가 원래 과격한 운동권이야.. 시발, 지훈아, 내가 왕년에 영등포쪽에서 좀 놀았는데 말야."

저급한  술주정이 석민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런 새끼가 무슨 민주투사인양....한심한 놈...

"내가 영등포 역에서 조폭 4명을 때려눕혔다니까. 데모할 때도 내가 맨앞에서 전경애들 대가리 까는 거 봐라."
"와! 석민선배  역시 좀 놀았네요.."

"암...내 별명이 시라소니야..고등학교 때도 쇠파이프 든 깡패 3명이랑 싸웠다니까.  암.."
"아참, 선배 아까 얘기한 윤지영 걔 진짜 심했죠?"

이미 술이 제대로 들어간 석민은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야, 너 걔랑 진짜 잘 헤어졌다. 그거 다 조상의 은공이야. 걔 진짜 뭐냐...지 애인 종우형 군대 보내고..."
"종우형이요?"

"그래...종현이 형 친구말이야.. 미친뇬이지"
"아하.."
나한테는 애인 없다더니 알고 보니 애인 군대 보낸거구나. 더구나 방종현의 친구...시발...

"윤지영 완전히 걸레같는 뇬이야..."
"에이..선배...미제의지배를 받는 식민지 한국에 식민지 군대 가서 고무신 거꾸로 신은 년들이 뭐 한두명인 가요."

지영이는 그래도 내 여친이니 난 반사적으로 기분이 나빴다.

"그거 말고..임마"
내가 지그시 석민 옆자리 파트너 아가씨에게 눈짓하고 발을 밟았다.
내가 물주라는 사실을 잽싸게 알아먹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아잉...시라소니 오빠..말좀 해봐..나도 참 궁금하다..."

"선배. 말 해봐요. 뭐 나랑은 헤어진지 오래에요."
파트너가 잽싸게 석민 입에 안주를 하나 넣어주고 빰에 뽀뽀를 했다. 석민이 맛있게 쩝쩝 씹고 양주 한잔을 원샷하더니 
파트너 빨통을 만지작 거리며 또 입을 열었다.


"캬....쓰다...윤지영, 미친뇬이지. 종우형 사귀고 있는데 지네 과애들과 몇명이서 섬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동기 남자 애 하나랑 섹스를 한거야...
와, 시봉뇬...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애들에게 걸렸지.  그게 어떻게 종우형 귀에 까지 들어갔어."

"어머머. 오빠.  대학생들 그러고 노나봐. 엠티인가 뭔가 가면 남녀 섞여서 같이 자고 뭐 그런다면서요?"
"아하..그래서요..."

시발....심장이 조금씩 뛰고 있다.

"미친뇬. 더 웃긴게 그걸 강간 당했다 우긴거야.  처음에는 종우형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애들에게 물어보니 아닌거야.
둘이서 원래 사귀다시피 했다더만. 아. 씨발련. 나한테 한번 대주지.."

"윤지영은 기본적으로 화냥 근성이 있는 뇬이군요.."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치. 그 때 지영이랑 떡친 놈도 충격 받고 군대갔어. 걔는 윤지영이  자기랑 사귀는 줄 알았대."
"햐.진짜 걸레같은 뇬이네.:"

"문제는 아직도 윤지영이  종우형을  못잊어 한다는거지. 요즘도 편지 쓰고 그런대."
"화냥년 주제에 일편단심이군요."

"잠시도 남자 없이 못사는 뇬이 있어."
"오빠야. 그거 엄밀히 말하면 남자의 거시기야."

"그치..너도 그러냐.헤헤.. ""

석민과 파트너가 수작 떠는 것을 보면서 내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윤지영에게 마음을 줬는데..이 시발...

"몇달 전에 종우형 휴가나왔다가 들어갔거든. 그때도 윤지영이 종우형 따라 다녔어...종우형이 피했다고 하더라.."
"아하...."

"지훈이. 너 진짜 몰라?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척 하는거야.."
"대충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잊어버렸어요."

"그치...지훈아. 선배 한잔 좀 따라 봐라.."
"넵... 선배..."

"시발,  내가 왕년에 영등포 꽉 잡을 때 양주 참 많이 마셨는데...내 친구들이 거기서 기도 많이 봤지"
"예. 선배 딱 보면 왕년 가오가 나와요."

"그치..그리고 너 나중에 회사 물려받으면 나도 한자리 줘야 한다.."

'미친 새끼...난 재벌가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도 샐러리맨 출신  월급쟁이 사장이라서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니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매판자본의 기득권에게 왜 의지해?'

속으로 난 비웃었다.

"선배, 한잔 더 빨죠. 아가씨. 양주 한병 더 갖고 와"

난 글라스에 양주를 퀄퀄 따랐다. 그리고 한입에 부었다. 그렇게 라도 해야지 속이 부글부글 타서 못견딜 것 같았다.

아, 걸레같은 뇬...이제 알 것 같았다. 몇달 전에 지영이와 걸어가다가 학교에서 어떤 휴가 나온 군인을 먼발치서 본 적 있다.
얼핏봐도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군인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 민자무늬 군복은 진짜 볼품없었는데
그 남자는 참 괜찮았다. 그게 지영이 옛날 애인이었구나.

지영이가 그 군인을 멀리서 보더니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나랑 술마시며 울먹이다가 꽐라된 그날이다.
그랬구나..그랬구나......

"근데 선배는 그걸 어떻게 다 알아요?"
"야. 내가 종현이형 비서실장 아니냐. 종현이 형이 나한테만은 다 얘기하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꼬봉이 자랑이냐..ㅄ새끼...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내 옆 파트너가 잽싸게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을 더 물었다.

"윤지영이 아버지 국영기업체 이사라는 것 다 개뻥이죠?"
"야. 강지훈이. 넌 자꾸 왜 다 알면서 묻냐..나보다 더 잘 아는것 같은데..."
잽싸게 석민 술잔에  양주를 따랐다.

"아이고. 제가 까마귀 고기를 삶아먹었나. 가물가물하네요.."

"국영기업체 이사는 무슨...걔네 부모님이 연희동에 무슨 사장집인가 장군집 집사야. 옛날  같으면 머슴이지. 그 집에 얹혀 살았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다녀서 종우형이 완전 질린거야.
지영이가 음악다방에서  예전에 서빙인가 DJ인가 그런가 해서 팝이니 클래식이니 그런건 기가막히게 
잘 안다고 하더라.
근데 소문에 의하면 그 때도 걸레였대"


술이 떡이된 석민은 휘청거리면서 아가씨와 모텔에 들어선다.

"지훈아. 다음에는 내가 너 영등포에서 한번 거하게 쏜다. 거기 아직도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 있어."

나는  셈을 치르고 혼자 나왔다.  가을 밤 달빛이 애잔히 내리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난 혼자 천호대교를 건넜다.
강물에 비친 달이 둥글고 맑다. 한없이 선해보인다. 그 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순희야.....
오늘밤은 왜 그렇게 네가 보고 싶냐....흑흑흑....
너의 집에 전화라도 있었으면 너한테 전화라도 할텐데...

아 시발....순희야...순희야.....
난 다리 난간에 엎으려서 한창 동안 눈물을 폭포수 처럼 쏟았다.
그렇게 젊은 날의 내 가슴도... 내사랑도 쓸쓸히 무너지고 있었다. (계속)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5

가끔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먹먹해 질 때가 있다. 모닝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창문을 열어 제끼고
먼하늘을 바라보면 미칠듯이 누군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었다.

눈이 부시게 그리운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잊어버려야 하는데... 순희 얼굴이 떠 올랐다.
순희는 늘 자고 일어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나에게 다가 왔다.
내게 떠오른 순희 얼굴은 늘 지쳐 보였지만 선하게 웃고 있었다.

'지훈아, 잘 잤니?' 내게 말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 20대라는 감각적인 젊은 나이는 청순한 들꽃보다 요염한 장미에 마음이 빼앗길 때 일지 모른다.

순희에게 나는 등불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당장 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순희와 나와의 장벽은 너무 많았다. 학력도 그렇고 집안도 그렇고 만약 부모님에게 순희와 사귄다는 말을 하면 난
등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더구나 순희 집과의 원거리도 작지 않은 장애물이다.

어떨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순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당장 차를 몰고 순희 고향으로 달려가서 모든 걸 돌이키고 싶었다.

'늦지 않았다. 순희에게 가자. 강지훈. 너 그런 새끼 아니잖아..."
그렇지만 그렇게 다짐하고도 막상 학교에 가서 늘씬한 햇살 속의 윤지영 자태를 보노라면 그런 마음이 싹 없어졌다.

주갤럼들이 아우성을 치며 날 욕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시발, 핸드폰에 뇌가 섹시한 남자들만 한다던 하스스톤 모바일 하나 안 깔린자, 나를 돌로 쳐라!

"그 예쁘장한 여학생 지영이는 요즘 안 놀러오니? 걔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네..."
어머니의 그런 말씀 또한 순희보다는 점점 윤지영에게 끌리는 모멘텀이  되었다.

가끔씩 내 방  전화가 울려서 받아보면 수화기 저편에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딸칵..끊겼다. 그런 경우가 가끔 있었다.  당연히 발신자 표시가 없던 시절이었다.

가수 이문세 4집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난 이문세 4집에서 <굿바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인사도..다른 어떤 말도..못하고서...그대 먼저 끊기만 기다려요...♪"

어떨 때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약간 가느다랗게 흐느끼는 듯한 울음 소리가 나면서 끊겼다.
상대방은 주저하는 것 같았다.

그게 순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순희야..미안해...정말 미안해...그래도 그러지마...

그런 전화는 점점 뜸해졌다. 그렇게 순희는 내게 조금씩 멀어지며 잊혀져갔다. 대딩의 첫 여름 방학이 왔다.

"지훈아, 우리 언제 놀러갈꺼야?"
윤지영이 방학에 바닷가를 보고 싶다고 나를 보챘다. 단 둘이 가자는 계획은 무산되었고 친구들끼리 함께 놀러가기로 했다.

그 시절 보수적인 분위기는 여친과 단둘이 바닷가 간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친과 단둘이 놀러간 애들은 민박집 주인에게 계면쩍었다.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통 여친을 "제 사촌 동생이에요"라고 택도 없는사실을 둘러대는 것이 그나마 일반적인 에티켓이었다.

아무리 우리 부모님도 지영이를 좋아한다지만 결혼을 앞둔 약혼녀도 아니고 나도 걸리면 진짜 맞아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난 내 주변에서 고교동창을 비롯해서 친한 친구들을 모았다.  그래도 조금 경제적 여유도 있고 무엇보다도 놀러갈 수 있는 여친이 있어야 했다.

일단 1순위 깡철이에게는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넌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지 알아? 정의로워할 청년학생이 지금 바닷가 놀러 갈 생각이 나냐?"

"청년학생이 바닷에도 놀러간다고 정의롭지 않다는 법은 육법전서 어디에 있다더냐?"

미친새끼.... 깡철이도 서울 북쪽에 당시에도 우리 학교 보다 더 따라지 대학 취급받던  모대학에 입학했는데 탈춤반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써클에 가입하더니완전 애가 달라졌다.

80년대의 내 기억에는 매년 봄이면 신촌 일대에 봄꽃 향기 대신에 최루탄 냄새가 풍겼다.

"광주에서 희생당한 수많은 영혼이 울면서 지금 너에게 묻고 있다.."

"됐어. 새꺄...너 무당이냐? 아, 시발 그놈의 광주타령...뭐야? 너 고향 광주였냐?"

안가겠다는 친구들 경비까지 보태는 조건으로 억지로 세 쌍을 꿰맞춰 우린 해운대로 놀러갔다.
남자 셋,  여자셋 각각 따로 숙소를 정했으므로 지영이와 떡을 칠수는없었다.

나말고 다른 두 커플은 진짜 순둥이 같은 애들 이기도 했다. 회비가 있었지만 지영이 경비도 내가 전액 보탰다.

바닷가에서 지영이는 약간 과감한 노출의 흰색 비키니를 입었다. 적당한 빨통과 가느다란 허리와 히프라인,
허리에 군살이 많던 다른 여친들은 부끄러워 하고 친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지영에게 쏠림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흐뭇했다.

붉게 물든 노을 지는 저녁 바닷가에 우리는 쌍쌍으로 헤어져 손잡고 걸었다.
바닷가에는 이것 저것 물건을 팔러 온 행상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해운대에서 본 아가씨 중 이 아가씨가 제일 예쁘네..."
어느 아주머니가 그렇게 칭찬했다. 난 그 아주머니에게 고동소라 기념품을 2천원 어치나 샀다.

바닷가 암석 구석에 둘이 앉아서 우린 혀를 낼름거리면서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지영아. 사랑해....우리 영원히 변치 말자..."
"지훈아...나도  사랑해.."

내 곁에 기대서 쌔끈쌔근 잠드는 지영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우린 그렇게 서울로 돌아왔다.

방학은 저물고 먼하늘 저편에서 가을 내음이 찾아들던  2학기가 되었다.
그즈음 나는 지영이에게 약간 의아한 구석이 생겼다.  아무리 남성 우위의 보수적 시대지라만 지영이는 나를 만나면서
이상하게 천원 한장 쓰지 않았다

하다 못해 그 가난했던 순희도 나랑 눈 밟으면 겨울 길을 걷다가 군고구마라도 샀는데 지영이는 도무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심지어 나에게 이런 저런 명목으로 용돈까지 받아 챙겼다.

"엄마가 이번에 오디오 너무 비싼 거 사줬다고 용돈 안준대."

난 속으로 '그럼 영문과 학생이 초등 영어과외라도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과외가 금지되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할 애들은 몰래 몰래 다 했다.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바지런하던 순희와는 지영이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의아한 것은 또 있었다. 그시절은 지금 처럼 명품은 유행 안했지만 조금 윤택한 가정의 젊은이들은 그래도 옷입는게 차이가 꽤 났다.

3만원 짜리 대리점 가죽 나이키 운동화 신을 만한 집안에서... 절대로 4천원짜리 신발가게 월드컵 운동화를  신는 경우는 없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서민들은 전영록이 선전하던 뱅뱅 청바지를 입었지만...우리 같이 좀 있는 집들은 리바이스를 입었다.
게스나 저보 같은 고급 청바지가 유행한 것은 그 몇년 뒤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영이는 옷은 참 예쁘게 입긴 했는데.... 대부분 어딘가 싼티가 났다.
쉽게 말하면 동대문 표의 향기가 풍겼다. 동대문 시장 옷도 예쁘고 단아한 옷은 많지만 재질은 속일 수  없었다.

지영이의 양말을 봤는데.... 내 양말은 프로스펙스 흰 양말인데..... 지영은 딱 봐도  시장에서 1000원에 5개 팔던
싸구려 분홍양말이었다. 주로 그런 식이었다.

물론 있는 집 애들도 검소하게 다니는 경우는 많았다.
그런데 쩌렁쩌렁한 국영기업체 이사의 외동딸 치고는 검소해도 너무 검소했다.

당시 회사임원은 지금 보다 더 대우가 훨씬 좋았다. 난 그냥 검소한 집안의 독특한 가풍이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한번은 지영이랑 신촌에서 늦게까지 술 마셨다. 그날 따라 지영이는 이상하게 술을 많이 마셨다.
나랑 있으면 행복해 해야 하는데 "지훈아. 나 오늘 조금 취하고 싶네." 하더니 자꾸 술마시다가 거의 꽐라가 되었다.

중간 중간 울기도 했다. 무언가 나에게 숨기는 것도 많고...도무지  알 수 없는 애였다.

어느 날 우리 둘은 음침한 카페 구석에 앉았다. 내 손은 지영이의 허벅지로 가슴으로 쉴새 없이 움직였다.

내가 손가락으로 지영이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비틀었을 때
술취한 지영이가 나한테 기대 약간 신음소리를 토하며 말했다.

"지훈아, 나 더 취하면 여관에 데려다줘..집에서 술취해서 들어가면 쫓겨나...깨고 가야돼"
"얘가...그냥 여기서 좀 쉬다가..."

보통 여자애라면 나도 이게 왠떡이냐 하고 데꾸가서 신나게 떡을 칠 것이다.
그렇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지영이와의 첫날 밤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지영이 생일은 가을이었다. 난 생일 선물로 지영에게 장미꽃과 향수 그리고 조금 싸구려라도 호텔에 데리고 가서
이벤트 처럼 떡을 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날이 점점 오고 있었다.

지영이 생일 며칠 전 이었다.  난 지영이의 애액으로 흥건한 보지를 쓰담으면서 지영에게 속삭였다.

"지영아..나 너랑 자고 싶다...넌?"
"지훈아...나도 사실 그래...."

"네 생일날 어떨까?"
"좋아..그런데 나 진짜 해본 적 없는데.."

"나도 사실 그래.."
"지훈아. 진짜야? 남자들은 한번씩 경험한다는데..."

"그건 놀기 좋아하거나 밝히는 애들이지..여자의 순결만큼 남자의 동정도 중요하지.."
"와.. 지훈이 너 정말 멋있어."

그렇게 말하는 지영이의 얼굴에 약간 긴장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지영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긴 생머리의 지영이가 침대에 누웠다. 눈이 뜨기 겁날정도로 지영이의 늘씬한 나신은 눈이 부셨다.
달아오른 나는 뜨거운 키스를 하고 귓바퀴와 목덜이를 애무해나갔다
지영이가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지..지훈아..나 무서워..."
"너무 걱정하지마...내가 살살 할께..."

차근차근 빨통을 빨고 배꼽을 핥고 봊이를 날름거렸다. 지영이가 알아서 서서히 다리를 벌려줬다.

내가 순희의 순결을 차지할 때는... 난 순희가 처음인 것도 모르고 무작정 세게 쑤셔서 순희가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때 기억 때문에 난 조심해야 했다. 난  좆을 지영이 봇이에 천천히 진입시켰다.

응? 순희 봊이에 넣을 때는 구멍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지영 봊이에 넣을 때는 그냥 말로 벤츠가 고속도로 달리듯..
그냥 미끄러지듯 쑤욱... 들어갔다.

어, 지영이도 처음이라는데 조금 이상하다?

순희 봊이는 아무도 찾지 않은 물좋은 계곡이었다면.....지영 봊이는 이미 관광객이 들락거려 진입로 잘 닦여진 유원지라는 느낌이 피뜩 들었다.

퍽퍽퍽!! 퍽퍽퍽!! 퍽퍽퍽퍽!!!!
“하악! 아, 하, 으응, 하앗!”

지훈아..아파..아파.....

살살 쑤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야 말로 쑥쑥 들어갔다.
지영은 말로는 아프다고 하는데 전혀 아픈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

내 좆이 정신없이 지영이 봇이를 쑤실 때.... 지영이 봇이는 이미 헐거워진 30대 후반 가정부 아줌마 봊이와 유사한 느낌이 났다.
그래도 그때는 그냥 봊이 구멍이 좀 넒은 애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시발 갑자가 이런 저런 생각이 겹쳐서 그런지 기운이 빠지더니 갑자기 잦이가 풀이 죽었다.

"아앗..아하핡...하핫...으...응? 지훈아. 왜 그래?"
한참 흥분해서 눈을 희번덕 거리던 지영이가 투덜하듯 물었다.

"아..미안해..갑자기 이상하네..."
"지훈이 넌 처음이라서 그럴거야.."

응?

본인도 모르는 말실수를 지영이가 했다. 나보고 넌 처음이라니...그 얘기는 본인은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지훈아..내가 도와줄게..."

지영이가 손으로 내 잦이를 살살 주무르더니 손가락으로 귀두를 자극했다.
잦이가 약간 고개를 들자 지영이가 손으로 내 잦이를 쥐고 딸딸이를 쳐주기 시작했다.

난 입으로 지영이의 젖꼭지를 물고 빨았다.

빨통을 물린 지영이도...지영 손에 딸딸이를 당하는 나도..... 둘다 신음소리가 났다.

"킥.. 하윽..흑."
"하윽.. 하악..."

좆이 다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영이가 내 잦이의 발기상태를 점검하더니 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내 좆을 잡더니 슬그머니 자기 봊이 구멍에 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핥...아핫....아하하핥........
아핫..으응..핡..하핫...하하하학...핫!!!!

밑에서 지영이의 빨통이 출렁거리고 허리가 리듬감을 타면서 움직였다.
나 보다 더 흥분한 것은 지영이었다. 도무지 처음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 순간 죽었던 내 좆은 마치 대공미사일 발사 직전 처럼 솟았다.

아아아아앗!!!!!!!! 찍찍...찌찌찍~
몇 번 하스스톤질 아니 피스톤 질 후 난 사정을 했다.

지영이는 헉헉 거리는  내가 귀엽다는 듯 내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아주더니 다시 내품으로 부비고 들어왔다.

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영이에게는 순희에게 처럼 보여지는 순진함과 청순함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단순한 섹파가 아니라면 남자로서 과히 기분 좋지는 않았다.
난 지영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대충  티슈로 닦고 팬티를 입고 침대에 걸터 앉아 담배를 물었다.

지영이도 내  기분을 눈치  챘는지  누워서 아무 말이 없었다.

담배 한개비를 다 태우고 내가 먼저 말했다.

"지영이. 너 처음이라더니 처음은 아닌 것 같네."

지영이는 나에게 성경험이 없다고 했다. 대학교 와서 남자를 사귄 적 조차도 없다고 했다.
1학년때 남자들과 잠깐 교제한 적은 있지만 금방 헤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그 당시 특별한 일없으면
아무리 그래도 1,2학년 저학년 여대생은 처녀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었다.

지영이가 본인 입으로도 그렇게 말했고... 나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훈아..거짓말 해서 미안해..."
지영이가 갑자기 소리내어 흐느꼈다.

"너 사랑해서 일부러 말을 안했어...."
"얘기해봐..."

지영이 말로는 1학년 여름 때 선후배 친구들끼리 원산도에 놀러갔다가 술취해 자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 한명이 돌변해 강간당했다고 했다.
차마 같은 과라서 말을 못하고 쉬쉬하다가 뒤늦게 고소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 선배가 무릎꿇고 용서를 빌고 죄책감을 느끼며
군대를 가는 바람에 용서했다고 했다.

"그 개새끼가 누군데..."
"지훈아..다 지난 일이고 용서해줘...."

나도 섹스가 처음은 아니었고.... 여자 과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난 그렇게 믿어왔기 때문에 기대했고 결과가 그렇지 않아서
실망한 것 뿐이다. 난 앞뒤가 막힌 사람이 아니다. 쿨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지금도 하스스톤 모바일을 할 때 난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다.
난 지영이의 벗은 몸을 다시 안아줬다. 우린 또 질펀하게 섹스를 했다.

그 후 캠퍼스에서 함께 다니는 지영이는 가을햇살에 여전히 아름다웠고 내 맘도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난 그 날 이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조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쪽이 뻥 뚫린 기분이랄까
그 때마다 난 왜 자꾸 순희 생각이 났을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허전했던 나의 마음을 들꽃같은 순희라면 그래도 좀 채워줄 것 같았다.

그 즈음 순희의 전화도 서서히 끊겼고 편지도 이제 오지 않았다. 아, 순희는 그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80년대 중반 대학가는 연일 투쟁분위기였다.
섬뜩한 내용의 대자보가 도처에 나붙었다.  특히 광주 얘기기 많았다.

어떤 날은 스프레이로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 라는 낙서가 학교 담벼락에 발견되서 학생과 직원이 범인 찾는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우리 과내에서 공공의 적이었다.

난 일체의 학내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념적인 냄새가 풍기는 써클이나 모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여름 방학에 농활이니 그런데는 당연히 가지 않았다.

게다가 승용차를 바꿔서 당시로서는 중산층 이상 가장이 끌고 다니던 현대 스텔라를 타고 다녔으니 눈에 띄는 것도 당연.
사장 아들이라는 이유 또한 나를 별종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무개념으로 통했다.

알게 뭐람...난 개의치 않았다. 니들은 니들대로 난 나대로 열심히 살지만... 단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이었다.

우리 과에 '민족문화연구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줄여서 '민문연'이라고도 했다. 말이 연구회지 내가 보기에는 데모를 주도하고
배후조종하며 밤에는 술처마시러 다니는 이념써클이었다. 난 그넘들이 공부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 모임에는 선동을 특히 잘하는 3인방이 있었다.

걔들은 주로 신입생들을  위주로 술한잔 하자고 접근하며서 시국 토론을 하는데  걔들한테 걸리면 누구나 다 설득당해 넘어 간다는 소문이었다.
걔들은 오히려 여학생들에게 정의로운 대학생의 표상이라고 인기가 많았다.

그 리더가 3학년 방종현이라는 선배였다.  80년대 중반은 총선 이후 살살 엄혹했던 8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풀리던 시기였다.
그래도 당시 대학 분위기는 자꾸 평범한 대학생을 투사로 내몰고 있었다.

어느 날 나에게도 그 빨간 좀비같은 3인방이 찾아왔다.
"올 것이 왔구나..." 나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계속]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4

윤지영과 나와 공통점은 팝음악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록 혹은 메탈 음악을  더 좋아했지만 팝음악도 꽤 좋아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던진 또 다른 흑인가수 프린스가 80년대 중반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Baby, I am a star>를
부르며 퍼커션을 치고 있다. 
흥에 겨워 갑자기 윗옷을 벗어 던지더니 사자갈기 같은 가슴털을 드러낸다. 그리고 관중석에 
그대로 뛰어들어 비상통로로 퇴장한다.
예정에 없던 파격적인 연출이었다.


꺄아아악~
지영이와 나는 우리집 비디오로 녹화해 둔 그래미상 시상식 공연장면을 보면서 함께 열광했다.
지영이는 팝음악 뿐 아니라 서양 고전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았다. 우리 집에 오면 피아노도 연주했다.

순희가 '잊혀진 계절'의 이용만 좋아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지영이는 이미 자연스럽게 우리집에 놀러올 정도로 친숙한 사이가 된 무렵이었다.
이름이 같은 내동생 강지영과도 뇌섹남 하스스톤 모바일하듯  친해졌다. 강지영은 이미 E대에 다니고 있었다.

"어머님, 쇼팽의 녹턴 야상곡 레코드 있어요?"

윤지영은 클래식을 좋아하던 우리 엄마와도 대화가 잘 통했다.
어머니는 그런 지영이를 싹싹하다고 귀여워 하셧다.

"아가씨 아버님이 XX 회사 이사님이시라고?"
"올해 상무로 영전하셨어요."

아버지는 지영이의 집안 얘기를 듣고 흡족해 하셨다.

지영이는 2학년이었지만 재수를 안하고 입학해서 나와 나이가 같았다.
당시 나이는 적어도 학번이 높으면  '선배'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이 대학가의
개죳같은 관행 이었는데 나에게는 그런거 없었다.

시발... 선배는 무슨 선배야..동갑이면 그냥 말트는거지..학교가 군대냐?
군사 정권 타도하자면서 군대식 문화를 따라하는 대학생들이 너무 웃겼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형"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었다. '오빠'라는 호칭이 애인스럽다는 것다.
대학교에는 참 별 년넘들 다 있었다.

난 지영이와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지영이에게 항상 풍기는 향수 냄새와 머리결의 샴푸 냄새는 나를 늘 설레게 했다.

지영이는 세련되고 묘한 교양미가 있었다. 순희와 사귈 때는 도저히 맛볼 수 없던 아우라였다.
연희동 고급 주택가에 있던 지영이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나는 슬쩍 지영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지훈아, 입술에는 안해줄거야?"
오오..

윤지영은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내가 몸에 손을 대면 어쩔 줄 몰라했던 순희와 달랐다.
보빨 할 때도 순희는 매번 부끄럽다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결국 지영이와 딥키스를 하게 되었다. 지영이가 더 적극적으로 혀를 굴리면서 달려들었다.
끈끈한 지영이 혀에서 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커플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영이는 키도 크고 청바지를 입어도 곡선이 드러났다.
차 안에서 지영이 허벅지에 손을 얹어도 지영이는 그다지 내숭을 떨지 않았다.
그 흔한 ㅓㅜㅑ...그런거 없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지영이는 반바지나 얇은 치마를 자주 입었다.
나는 과거에도 포르노를 자주 봤고  이미 가정부 아줌마와 순희를 통해 여자의 몸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우린 시간이 지날 수록 애정행위가 더 짙어졌다.
지영이 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허옇고 미끈한 허벅지를 주무르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슬쩍 팬티에 손을 댈 정도가 되었다.
손가락으로 팬티 위 봊이 부분에 슬쩍 손대면 축축해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방에서 지영이와 둘이서 음악을 들으며 나누던 키스는 감미로웠다.
지영이의 빨통은 순희와 비슷한 B컵 가슴 비슷했다. 때로는 여자 가슴도 연륜이 묻어나고 스토리가 내재되 있다.
지영이의 빨통은 순희 것과 다르게 어딘가 야시시한 느낌이 풍겼다.

처음에는 손으로만 주물럭 하다가 입을 댔다. 젖꼭지를 혀로 핥짝 거리다가 서서히 물고 빨았다.
애기가 엄마 젖을 빨듯이 쪽쪽 빨았다.

"아핫..아하...으응..지훈이..."
"아핫..아흥"

"지..지훈아...깨물지 말고 조금 살살...빨아줄래?..."
"이렇게..츄르르릅."

"그래...좋아..아아...아앙..아항..."
"지영아..네 젖꼭지 너무 맛있어...할핰"

"아흥...너 왜 그렇게 잘 빨아..아앜..핰....많이 빨아 본 솜씬데.."

지영이도 대학교 2학년이지만  기껏 21살짜리 여자애인데 요즘 애들이 아무리 개방적이라도 하더라도 좀 심하다는 느낌을 받곤했다.
내가 지영이 몸을 더듬거나 진한 스킨십을 할 때 지영인 수줍어하거나 빼는 경우가 없었다.

하스스톤 모바일 하듯 당연히 진도는 더욱 빨라졌다.

여자는 적당히 수줍어하고 얼굴 빨개져야 남자가 정복감도 있고 성취감도 있고 제맛 아닌가.
보수적인 나는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세상 살다보면 엄청 개방적인 척 해도 순진함을 감추기 위한 과장된 제스처 인경우가 많았다. 나는 지영이의 개방성을
여대생의 특유의 발랄함 정도로만  이해했다.

저잣거리 갑돌이 갑순이와의 만남도 아니고 곧바로 내가 지영이를 자빠뜨릴 수 없었다.
나는 지영이를 단순한 섹파 상대를 넘어 분명히 좋아하고 있었다.
지영이의 세련된 외모와 풍기는 지성미는 순희의 수수함과 백치미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몇개월이 더 지나 지영이와 스킨십은 점점 농도가 짙어졌다.  우린 심야 극장에서 흑인여가수 티나터너가 나오는 
영화 '매드맥스 썬더돔'을 보면서 지영이 팬티에 손을 넣는 사이가 되었다.
까슬까슬한 봇이털을 쓰담쓰담하면서 손가락으로 
클리를 자극하면 금새 지영이의 봊이가 축축해주고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뜨거운 입김을 내면서 지영이의 귀를 살살 빨면 지영이는 "커흑...지훈아. 나 못참겠어.."라고 손을 내 튼실한 허벅지에 얹었다.
내 잦이를 만지고 싶은데 차마 내숭으로 그것까지는 못하는거 같았다.

지영이와의 섹스가 거의 임박해져가고 있었다.
얼떨껼에 순희의 봇이를 개통했지만....이제 더욱 고도화된 프로젝트를 가지고 지영이의 봇이도 개통하리라.
그래서 지영이를 내 여자로 만드리라.

순희는 새하얀 들꽃이다. 순희 생각을 하면 난 늘 순희 고향에서 보던 들꽃이 연상되었다.
순희는 들꽃과 참 잘 어울리는 아가씨였다. 거센 비바람에도 청순함을 잃지 않고 들녘에 꿋꿋이 피어나던 들꽃.

아버지의 치료비와 어린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힘들게 일했던 순희. 참 옛날애는 그런 애들 많았다.
80년대 초중반은 강남에 유흥가와 카페문화가 제대로 자리잡던 시기였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서울서 유흥가들이 우후죽순 확산되자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전라도의 깡패들이 저마다 서울로 올라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키 160센티에 늘씬하고 적당한 B컵 가슴에 청초하던  순희. 그렇지만 빵빵하던 히프,  당시에 순희같은 불우한 가정환경에 용모만 괜찮으면 
그런 여자들은  죄다 술집으로 빠지기 쉬웠다.


가정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순희, 그 와중에 타자를 배워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순희가 나는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내게 순결을 바쳤던 순희. 첫 경험을 치르고 피에 물든 침대 시트가 생각났다.
둘이서 손잡고 들녘을 걸으며 머리에 꽃을 꽂아주던 기억도 떠올렸다.

순희는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내가 순희를 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렇게 다짐하고도 그 때뿐이었다.

아름다운 지영이를 너무 놓치기 싫었다. 지영이와 걸어가면 남들이 다 한번씩 쳐다봣다.

긴 생머리에 짧은 반바지에  미끈한 허벅지를 드러낸 지영이와 걸어가면 남들이 다 부러워 하는것 같았다.
윤지영은 하늘이 내게 내려준 선물이었다.

토요일이면 2편을 틀어주는 서울 변두리 동시상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서로를 더듬으면서 나는 그렇게 지영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내가 좋아하던 장미희가 나오는 <깊고 푸른 밤>을 보면서 지영이가 어딘가 장미희 닮았다는 
생각도 했다.

어두 컴컴한 극장에서 지영이 빨통을 주무르다가 슬쩍슬쩍 다른 좌석 관람객들의 눈을 피해 지영이 젖꼭지를 빨거나 
지영이의 봇이를 쓰담을 때면 머리 속에 순희 생각은 까마득히 잊혀졌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종로의 음악감상실에서 지영이와 함께 손을 잡고 쇼팽의 야상곡을 감상할 때는 지영이야 말로 진짜 내 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순희는  그저 철없던 시절 스쳐지나가는 풋사랑이었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았다.'

나는 자신을 그렇게 위로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 했다.

순희네 집에는 전화가 없었다. 그 땐 서울에도 전화기 없는 집이 많았다.
순희는 우리 부모님에게 걸릴까봐 일부러 남동생을 시켜서 나한테 전화해서 통화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일부러 받지 않았다.

그전에 순희와 나는 1주일에 한두통씩 꼭 편지를 주고 받았다. 주고받는 편지는 늘 애틋했고 들꽃같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서서히 나는 답장을 미뤘다. 학교 우리과 우체함에 순희가 보낸 편지가 쌓여가도 나는 보지 않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중졸 가정부 출신인 순희는 어차피 나같은 부잣집 아들과 맺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국영기업체의 외동딸로 세련되고 지성과 교양을 갖춘 지영이야 말로  내 운명인 것이다.
하스스톤 모바일은 뇌가 섹시한 남자만 하듯 다 자신에게 맞는 "격"있는 것이다.

노을지는 연희동 골목길에서 지영이를 안고 키스를 하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윤지영..너는 내 운명이야...

어느 날 이었다.
"지훈아, 과 사무실에서 조교가 너 찾던데."
"응? 조교가 왜?"

지영이와 나는 도서관에 나와서 잠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동기 한녀석이 일러주고 열람실로 들어갔다.

"누가 너 찾나봐? 심심한데 지훈아. 같이 가보자."
"그럴래.."

나는 지영이와 함께 과사무실에 갔다. 과사무실에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가씨가 한명 있었다.
오마이 갓!

늘씬한 그 아가씨는 하늘색 남방에 입고 빨간 치마를 입고 입었다. 서류 가방도 들고 있었다.
얼굴에 살짝 화장끼가 있었다. 나름 신경쓴 눈치다. 시골 여자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순희였다. 순희는 나를 보러 학교까지 찾아 온 것이다.

"지훈아...!"
"엇? 순희야. 너 어떻게 여기까지.!!"

"도통 네가 연락이 되야지...."
순희는 얼굴은 초췌했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고  피로해 보였다.

"회사에서 서울에 잠깐 심부름 왔어. 저녁에 다시 내려가봐야돼. 짬을 내서 너 보러 온거야."
"아..그랬구나.."

순희를 보더니 지영이가 나를 빤히 쳐다 봤다.

"이...이 아가씨, 누구야?"
"응, 그냥 아는 친구야."

내가 얼버무렸다. 그 얘기를 들은 순희의 얼굴이 갑자기 원망의 빛으로 바뀌었다.

'그냥 아는 친구라고...넌 왜 날 네 애인으로 당당하게 말하지 않니...'

마치 천적을 경계하는 듯 가냘픈 짐승의 두렵고 슬픈 눈빛으로 지영이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지영이는 참 눈치가 빠르고 대단한 여자였다.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훈아, 모처럼 친구가 찾아 왔나 본데 같이 저녁도 먹고 잘 놀아. 나 오늘 저녁에 집에 일이 있어서 빨리 들어가야 돼"
" 그...그럴래..."

나는 두 여자 사이에서 당황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던 지영이가 잠시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

"두 분 재미있게 보내세요~"

지영이는 쿨했지만 순희를 바라보는 입가에 얇은 미소는 비웃음 같았다. 너 정도는 자신있다는 듯한 의미로 보였다.
인근 다방에서 커피를 한잔씩 놓고 우린 마주 앉았다.

"지훈아. 왜 그렇게 연락을 안해.."
"미안해..좀 바빴어.."

다방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김수철의 <젊은 그대>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때는 어두침침한 카페 아니면 다방이었지 지금 같은 밝은 커피 전문점은 전혀 없었다.

"지훈아. 아까 그 여학생은 누..누구야?"
"응..그냥 써클 친구..별 사이 아냐.."

"되게 예쁘더라.  지훈이 너랑 꽤 친해 보이네.."

순희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응. 그냥 같은 써클이라서 좀 친한거지.. 뭐...."

순희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순희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을 조금씩 비볐다.
이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아. 내가 진작부터 서울 올라와서 니 옆에 있고 싶었는데...근데 아빠가 많이 아파..."
"아. 그랬구나.."
그러나 내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다.

미안하다..순희야...너는 참 아름다운 여자야.
난 다시 태어나면 난 꼭 네 짝이 될거야.
그러나 윤지영에게 빠져드는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 없구나.
비록 내가 네 봇이를 개통했지만 이해해다오. 난 윤지영 놓치기 싫어...
네 짝이 될 좋은 남자는 아마 따로 있을거야... 네 행복 빌어줄게...

게딱지만한 회사에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늘 야근을 하고 집안일 하고  아픈 아버지를 돌보고 동생까지 챙겨야 했던 순희..
순희의 얼굴에는 알수 없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나도 순희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듬고 싶었다. 뺨으로 비비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순간 내 손가락에 움찔거리며 흥건히 젖던  지영이의 봊이가 생각났다.
이제 그동안 공들였던 지영이를 먹을 차례다.
봊이를 개통한다는 것은 연인이 된다는 의미다.  지영이를 따먹고 내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순희 너 때문에 나의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없다. 이겨 내야 한다.

"대학교 정문에 들어갈 때 학생증 검사할까봐 조마조마했다. 지훈아..."

순희는 굳이 저녁을 안먹겠다고 했다. 우동 한그릇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자꾸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난 순희의 손을 잡지 않았고... 순희도 굳이 내 팔짱을 끼지 않았다.
순희도 나도 묵묵부답으로 우린 조금씩 노을이 지는 터미널로 향했다.

"지훈아. 참 이것저것 많이 힘드네.."

순희는 어둠이 아스란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내뱉듯 말했다.
순희는 나한테 위로받고 싶었을 거다. 나한테 따뜻한 한마디 말과 포옹을 기대하면서 그 먼거리를 왔는지 모른다.

내가 순희를 가만히 포옹만 해줘도 순희는 눈물을 쏟으며 나를 더 세게 끌어안을 거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순희야, 내가 바쁜거 끝나면 다음 달쯤 내려갈게. 시국이 어수선한 데  학생회 간부를 맡아서 참 바쁘네."
"그렇구나.. 그래.. 대학생들은 그런 거 신경 많이 쓰더라.."

물론 개뻥이었다. 김대중이 귀국했다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 선생님이 돌아오셨다!'며 깡철이는 흥분했지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꾸 광주..광주 하는 애들도 있던데...몇년 전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난 알고 싶지도 않았고...
데모하던 애들은 벌레 취급하던 내가 학생회 일은 무슨.

쓸쓸히 버스에 오르던 순희가 잠깐 뒤돌아보고 망설이다가 말했다.

"지훈아, 편지는 안써도 좋으니 내편지는 꼭 잘 받고 읽어줘."
"그래..알았어. 나도 들어간다"

떠나는 버스에서 손을 흔들며 애틋한 이별장면을 연출하기 싫어서 난 바로 돌아섰다. 더 차가워야 한다.

그래도 뭔가 허전해 터미널 기둥사이로 몰래 순희가 탄 버스를 보았다.

창문 밖으로 순희가 보였다. 순희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고 있었다.
나도 그 순간은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 한 쪽이 누가 쇠갈퀴로 후벼서 파낸 것 처럼 마냥 시렸다.
나만 믿던 애인데...내가 첫사랑이라고 했던 앤데..아마 고향으로 가는 내내 저러고 울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순희가 탄 버스가 떠나자마다 난 터미널에서 주황색 공중전화에 10원짜리 동전 2개를 넣고 전화를 걸었다.
아마 우리 지영이가 걱정하고 있으리라.

난 그런 놈이었다....

올 여름 방학에 지영이와 단 둘이서 바닷가를 가야지.
난 지영이와 쌓아갈 화려한 여름날의 추억을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며 아래도리가 뻐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3

걸려온 전화는 한동네 사는 깡철이었다. 나처럼 신분은 재수생이고 약간 껄렁한 척 해도 마음은 순한 친구였다.
저녁에 시간나면  간만에 한번 얼굴보고 술한잔 하자고 했다.

"싫어. 임마. 미천한 재수생이 어딜나가?"
"아, 지훈아. 저녁에 형우도 같이 보기로 했어."

"형우? 박형우?"
"엉."

학창 시절에 박목사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형우.  결국  취향대로 서울인근 신학대에 진학했는데 이녀석과 나랑 깡철이 예전에 셋다 다 친했다.
나보다는 깡철이랑  박형우는 더 친했다.

내가 고3 때 순희의 순결을 빼앗았을 때...지켜주라고  고언을 했던 얘가 바로 박형우였다.

"형우 온다고? 음.. 좋아. 어디서 볼래? 함 보지 뭐. 형우도 보고 싶고."

우린 인근의 막걸리집에서 만났다. 이상하게 그 때 젊은이들은 막걸리를 잘 마셨다. 지금처럼 깔끔한 포장도 아니고 투명한 비닐팩 커다란
용기에 들어 걸쭉했는데 그거 한통 다 먹고 나면 다음날 대가리 빠개졌다. 그래도 그땐 그게 맛은 있었다.

우린 간만에 흥겨웠다. 신학대생 형우는 술을 안먹고 주로 깡철이가 내가 권커니 자커니 했다.

난 술 한잔 들어가니 형우와 깡철에게 가정부였던 순희와의 일을 처음으로 술술 고백했다. 그래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요즘 이상하게 순희가 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술을 한잔도 입도 안댄다더 형우가 잠깐 멈칫하더니 갑자기 커다란 대접의 막걸리를 그대로 원샷했다.
그걸 지켜보던 깡철이가 재밌다는 듯 잽싸게 순대찌개의 순대를 하나 집어서 형우 입에 넣었다.

"음주에 나중에는 가무까지 겸비한 훌륭한 목사가 될 겁니다!"

형우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그 가정부 출신이다."
"앗!"

그랬구나. 난 형우에게 좀 미안해서 멋쩍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가정부 참 많았다. 형우네 어머니는 보릿고개 있던 시절. 너무 살기 힘들어서 입이라도 하나 줄이려고
서울 올라와서 식모살이 했는데 한 동네에서 어렵게 살던 고학생 총각과 눈이 맞았는데 그게 바로 형우네 아빠였다.

형우네 아빠는 당시 비고시출신으로 드물게 고급 공무원이었다. 깡철이네도 꽤 살았다. 우리 셋이 친했던 것은 알게 모르게
잘사는 집안 탓도 컸을 것이다.

"한잔 다 빨고 지금 당장가봐라."
"어딜?"

"순희씨 만나러."
"뭐?"

박형우는 암만 봐도 보통 넘이 아니었다. 훗날 중형교회의 안정된 부목사직을 내던지고 시골에서 개척교회를 했던 박형우의 비범함과
결단력은 그 시절 부터 조짐이 보였다.

내가 우리 집 차를 끌고 나왔다. 아버지 회사차와는 별도로 집에서 어머니가 쓰는 차  마크 파이브가 있었다. 형우가 운전했다.
돈도  꽤 챙겨나왔다. 깡철이도 동승했다.  배포있던 20살 시절이니까 그런 즉흥적인 결단이 가능했던 것 같다.

무면허 운전 하다가 걸려도 우리 아버지라면 빼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검사도 많이 알고 있었고 힘이 막강했다.

우린  순희집 주소가 나온 편지 봉투를 들고 그 밤에 순희의 고향으로 달렸다. 깡철이가 가본적 있는지라 가다가
 길 헤매고 버벅대기는 했어도 그렇게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 새벽에 도착해서 일단 여관을 찾아서 묵었다. 일정이 바쁜 형우는 아침에 일찍 인근 터미널을 찾아 다시 서울로 올라갔고
깡철이와 나만 순희 집을 찾기로 했다.

우린 전날 술을 진탕먹어서 그런지 오전 내내 자빠져잤다.  간신히 동네 목욕탕을 찾아 좀 씻고 해장국 한그릇 먹고
깡철이가 차를 몰고 물어 물어 순희 집을 찾으러 나섰다

"딸이 하나 있구요... 이름은 정순희고 고등학생 동생 하나 있고..아버지가 있는데 키가 좀 작아요"
"아.  곱추네.."

"네?"
"정씨네 말하는거 아냐."

구멍가게 앞에 옹기 종이 앉아 있던 동네 노인들이 알려주었다.

고...곱추라고? 아. 그랬구나.
문득 순희 가족 사진에 순희 아버지가 키가 너무 작은게 생각났다.

곱추라는 척추 장애증 환자가 지금은 찾기 거의 힘들지만 예전에는 꽤 많았다.  그 병은 선천성도 있고 후천성도 있다고 들었다.
특히 시골에는 많았다. 당시 의학기술로 쉽게 고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혹시 순희 어머니는 그래서 집을 나간게 아닐까. 갑자기 순희의 고달팠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순희네 집은 진짜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시골집이었다.
그걸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순희가 그렇게 고향으로 내려가기 싫어했나.... 깡철이도 어이없어 했다.

"뉘시요?"

"계십니까"를 한참 부른 연후에야 지팡이를 짚고 초로의 남자가 나왔다. 등은 굽어 있었고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예, 저희들은 순희씨 친구인데 순희씨를 좀 보러 왔습니다."
"순희 친구라고?"

순희 아버지는 의심 간다는 눈초리로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뇌가 섹시한 남자만 하스스톤 모바일을 하듯 우리의 옷차림이나 외양은 그 지역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시골 사람들은 어딘가 낡은 옷차림에 피부가 까맣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우리가 끝고 온 마크 파이브 승용차도 뒤에 있었다.
이런 시골에 까만 승용차가 들어오면 '누구집 차일까?'  궁금해하고 구경하던 시절이었다.

"아, 예. 저희는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순희씨가 서울에서 일할 때 한동네 친구였습니다."
"우리 순희.. 읍내에 볼 일 보러 갔다가 금방 들어올텐데.."

집구석이라고 좁아터져서 어디 앉아서 기다릴 데도 없었다.

"예, 저희는 그냥 동네 한바퀴 돌고 있겠습니다."

시골도 시골나름이지만 그 부락은 전체가 못사는 것 같았다.

"풍요의 80년대에 참 순희씨는 어렵게 사는구나..."

깡철이가 약간 빈정조로 말했다.  깡철이는 일개 재수생 주제에 건방지게 정부 비판을 많이 했다.

깡철이는 김대중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아마 부모님의 영향이겠지...사실 난 그땐 난 김대중이 누군지 잘 몰랐다.
전두환장군이 대한민국을 전복할 목적으로  내란음모를 획책해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풀어줘셔 미국으로 가있던 시기라서 그랬을거다.

우리 둘은 집 바로 뒤 언덕배기에 올라 거북선을 하나 물었다. 들판에 벼는 덜 익었지만 어딘가 풍요로웠다.
오랜만에 수험생의 압박에 벗어나기 기분이 좋았다.

멀리서 누가 걸어온다. 가방을 하나 옆에 맸다.
점점 가까이 온다.  160센티 정도의 키.... 긴 머리를 묶었다.  늘씬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치마를 입었는데 읍내 나들이라서 그런지 옷은 깨끗했다.

서울물을 꽤 먹어서 서울 거리에 내놔도 전혀 시골 티가 안날...
그런 시골 아가씨가 한명 걸어오고 있다.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니까 깡철이가 한마디 했다. "쟤 맞구나.."

내가 쏜살같이 내려갔다. 순희 쪽으로 걸었다. 순희가 고개를 숙이면서 걸어온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 것은 순희 특징이다.
문득 앞에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니 잠시 고개를 든다.

한번 보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잠깐 멈칫한다. 눈이 커진다.

"지...지훈씨?"
"순희야!"

난 순희를 보고 손을 흔들고 환하게 웃었다.

"지훈씨..!"

순희가 나는 듯 뛰어와서 나에게 안겼다.

지훈씨...어흑..어흐흐흑..........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흑흑

순희가 눈물을 쏟으며 서럽게 울으니 나도 눈물이 났다.
이산가족 찾기도 아니고...하긴 거리에 피는 들꽃에도 흔들릴 나이다.

"지훈씨 여기까지 어떻게..?"
"너 보고 싶어서 왔지.."

"참, 이쪽은 내 친구 깡철이야"

지켜보면 깡철이가 멋적게 말했다.

"지훈아. 나 아까 여관 옆에 홍초다방에서 기다릴게. 이따 보자"

난 순희 아버지에게 다시 인사를 드렸다.

"예. 저 순희 남자친구 강지훈입니다."

자가용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시골에서 부락까지 까만 승용차를 타고 올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순희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눈빛과기뻐하는 눈빛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난 순희 손을 잡고 둑길을 걸었다.  순희는 내가 서울에서자기를 보러와서 그런지 너무 기뻐하고 마냥 들떠했다.
순희와 나는 못다한 얘기를 많이 했다. 그 산책길이 행복했다.  지금은 언제 그런 행복한 날들이 또 올런지...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 순희도 서울로 올라와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다.
다시 들녘을 걸어가는데 예쁜 들꽃이 눈에 띄었다. 내가 들꽃을 꺾어서 순희 머리에 꽂아줬다.
순희 얼굴이 환하게 웃으면서 행복해했다.

난 순희에게 고백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널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
내 진실한 말에 순희가 또 울먹울먹했다.

순희와 난 누가 뭐랄 것 없이 인근 여인숙으로 향했다. 순희와의 섹스는 가정부 아줌마와 하듯 쾌락의 과정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듯 했다.

나역시 여자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기였다. 21살 순희는 더 예뻐지고 더욱 농염하고 아름다웠다.

그저 좆만 봊이에 들이대면 바로 헐떡거리던 아줌마와 비교도 안되었다.
이렇게 어여쁜 순희를 시골에다가 두면 누군가에게 빼앗길 걱정까지 들었다.
이미 다 봤으면서 팬티를 내릴 때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가리는 버릇은 여전했다.

난 단 한군데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순희의 하얀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빨았다.
목덜미, 빨통은 물론 배꼽, 아랫배..엉덩이 허벅지  어느 한구석 놓치지 않았다

오랜 만의 섹스라서 그런지 순희도 더욱 흥분하는 것 같았다. 내 혀가 닿을 때 마다 몸을 배배꼬았다.
보빨을 할 때는 못 견디겠다는 듯 내머리를 쥐었다.

"지훈씨..지훈씨..아아..아핡...아잉..."
"너..넌 내꺼야.."

"엌..컥....아아..나 지훈씨 거야..."

내가 개통했던 순희의 쫄깃한 보지는 여전했다. 순희의 조개가 내 잦이를 깨물 때 아득함을 넘어서 까무라칠 지경이었다.
가정부 아줌마의 봇이는 그저 따뜻하고 물컹했지 얼마나 헐거웠는지 순희의 떡을 쳐보니 더 실감났다.

“하악! 아, 하, 으응, 하앗!”
퍽퍽! 퍽퍽! 퍽퍽퍽퍽!!!!!!

아앗!!
난 노콘질싸로 순희의 봇이 깊숙한 곳에 정액을 쏟았다.

운전기사 깡철이가 운전하는 차로 난  시내로 나가 순희 동생과 순희 아버지에게 드릴 선물을 샀다.
순희에게  동생 용돈 이라는 핑계로 돈을 건냈다. 집에서 모아둔 돈을 슬그머니 꺼내왔고 마침 깡철이도 돈이 꽤 있었다.
지갑까지 다 탁탁 털었다.

우린 저녁을 먹으며 미래를 약속했다. 순희는 연신 고기를 한점 한점 계속 내 입에 넣어줬다.

"우리 지훈씨. 공부하는 데 영양 보충 많이 해야 돼"
"지훈씨. 머리 좋은 사람이야.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괴상하고 시끄러운 음악 듣는 건 자제하고 좀 냉철하게 공부해봐"

오지오스본님의 음악이 괴상하고 시끄럽다니..
누님같이 자상하면서도  이쁜 순희.  나에게 이런 저런 많은 조언을  해줬다.
사실 메탈 음악 때문에 공부도 많이 방해되었다. 한번 틀어놓으면 거의 한시가늘 가까이 머리 흔들며
땀을 흘렸다. 사랑하면 그렇게 섬세한 것도 보이는 건가 보다.

깡철이가 모는 차로 서울 올라오면서 난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많이 났다.
세상에 가족 말고도 이렇게 늘 나를 사랑하고 기대해주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내일 죽어도 좋을 거 같았다.

다행히 어머님께 크게 혼나지 않았다.

"힘든거 안다. 그치만 부모님 실망시키지 말고 열심히 해라. 엄마가 너 고생하는 거 알아. 먹고 싶은 거 사먹고"

오히려 용돈도 줬다.  대학 떨어지면 사람 구실도 못할 때 였다. 나는 다음날 부터 무섭게 공부했다.
반드시 열공으로 대학에 합격해 순희를 기쁘게 해야 한다.

아버지도 명문대 출신이고 어머니도 중상류 대학 나왔다. 내 동생 지영이도 반에서 손가락안에 들던 애였다.
집안 자체가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난 아줌마와 내연관계를 정리했다. 랜디로즈 후임으로 들어온 오지오스본 밴드의  제이크 E 리가
 랜디로즈 못지 않은 기량의 화려한 테크니컬 기타 연주를  보여줬지만 난 공부에 방해되는 음악을 듣는 것 조차 자제했다.

뇌가 섹시한 남자만 하스스톤 모바일을 하듯 가끔 안방에서 엄마가 즐기던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다만, 마이클 잭슨의 아성을 위협하던 또 한명의 흑인가수 프린스의 '퍼플레인' 앨범은 원판으로 하나 구입했다.

열심히 공부하니 성적이 올랐다. 확실히 난 머리는 있었다. 그리고 난 그 해에 서울의 H 대학에 간신히 합격했다.

지금은 H 대학 부근에 클럽 문화도 생기고 좀 잘나가는 척 하지만 H대는 사실 그때 그시절에는 3국대에도 못미치는
서울의 제일 하바리 대학이었다. 그나마 미대 빼고는 별로 알아주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뛸듯이 기뻐하셨지만 아버지는 그저 말이 없으셨다. 조금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어디 삼국대라도 되야 명함을 내밀지..으흠"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순희도 전화 통을 붙들고 울먹였다.

"지훈씨. 진짜 고생했어요.이제 대학생이야. 우리 지훈씨."

대학생이면 사회적으로 조금 대우를 받았다. 지금 처럼 개나소나 대학생 시절은 아니었다.
순희는 서울로 올라오지는못하고 그 지방 작은 소도시에 타이피스트로 취직했다.

나도 운전면허를 땄다. 나는 깡철이와 그 겨울  깡철이가 모는 차를 끌고  며칠 순희를 만나고 왔다. 순희의 용기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순희 친구와 깡철이를 소개시켜 주기로 했는데 공장 다니는 여자애 였다.

내 경험상 공장 오래 다니던 친구들은 어딘가 공장의 내음 묻어난다. 이건 사실이다.
둘은 잘 안되서 깡철이는 혼자 헌팅한다면서 돌아다녔다.

주말에 순희 손 잡고 동네에서 썰매도 탔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한달에 한번씩 꼭 내려오겠다고도 약속했다.
물론 떡도 치고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봊이도 빨았다.

난 아버지 통해서 순희 취직자리도 알아본다고 큰 소리 쳤고 순희도 검정고시 공부한다는얘기를 했다.

내가 승용차 옆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순희가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았다.

"지훈씨, 대학교 들어가면 이쁜 여자 많아서 사귀던 애인 버리는 경우 많대. 난 지훈씨 믿어."

순희는 내가 자기를 버릴까 많이 불안해했다. 80년대 중반.....진짜 순결을 빼앗긴 여자는 결혼하기 힘들었다.
처녀가 아니어서 신혼 여행 갔다와서 헤어지는 사건이 빈번이 선데이 서울에 실렸다.

동네 총각에게 따먹힌 처녀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하던 때 였다.  지금과 성관념이 많이 달랐다.
순희의 근심도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재수시절 고생하다가 드디어 대학교 붙으니 난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재수 시절에는 순희가 그립고 애틋하고 보고싶었는데  막상 대학교 들어가니 생각이 달라졌다.

대학교에는 이쁜 애들도 꽤 많았다. 더구나 우리 아버지가 재벌기업 계열사 사장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나한테 들이대는 애들도 꽤 많았다.

그 시절 80년대 학번  대학생들 진짜 공부 안하는 것 같았다. 뇌가 섹시한 남자들이 하스스톤 모바일을 한다지만 걔네들은 뇌가 빈 것 같았다.  
개강파티는 꼭 무슨 나이트 아니면 스탠드 바에서 했다. 개강을 필두로 나도 거의 매일 술먹었다.
단합대회니 고교동문회니 뭐니 미친 듯한 술자리의 연속이었다. 과대표라는 애는 이런 저런 핑계 핑계로 술자리를 만들어나갔다.

이 새끼들 대학생이 대체 공부는 언제 하는건가? 의심이 들정도였다. 그래도 학점은 후했다.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의 아픔을 딛고 나라 경제가 점점 나아져서서 그저 "대학교만 졸업하면 곧  취직"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호황기였다.

취업난? 그게 뭔데? 그런 용어조차 없었다.

어느날 한강을 가보니 그 지저분하던 한강이  완전히 깨끗하게 정비되었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거리에 부랑아들이 많이 사라졌다.  가끔씩 우리집에 놀러오는 외삼촌은 "전두환 각하가 영도하시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역설하셨다.
난 그냥 군인인줄 알았던 막내 외삼촌이 보안대 장교 정확히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중령이라는 것을 대학다니고 처음 알았다.

정치에 뜻이 있던 우리 아버지와 죽이 맞아 시국얘기를 많이 했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점점 잘살고 새마을 운동이다 뭐다 다 힘을 합쳐서 뛰는데  맨날 데모하는 애들 보면 참 한심스러웠다.
그때 그랬다는 거다. 학교뿐 아니라 시내가 연일 최루탄 냄새에 뒤덮히는 시기였다.

써클 룸..지금의 동아리방 들어가보면 캐비넷 위로 그 위험한 살상무기인 화염병이 버젓히 있었다.  기가막혔다.

난 아버지가 뽑아 준 승용차 맵시나를  끌고 다녔다.

슬쩍 난 여대생을 사귀어 볼 요량으로 한 봉사 써클에 가입했고 거기서 영문과 윤지영이라는 여학생과 친해졌다.

윤지영은 키가 168에 몸매도 늘씬했다. 디자인과 쪽에서 모델로 섭외한다는 소식도 들릴 정도로 인기기 많았다.
게다가 아버지과 국영기업체 이사라고 했다.  나와 소위 "급" 맞았다.

윤지영과 친해진 이유는 아마 내가 부잣집 도련님 승용차족이서 그런 것 같았다.
조명이 야릇어두침침한 카페에서 술기운을 핑계로 윤지영이 나한테 슬쩍 기댈 때 머리칼의 향긋한 샴푸 냄새는 나를 설레게 했다.
나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준 순희가 갑자기 촌스럽게 보였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지.....암

카페에서는 떠오르는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붐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계속)

2015년 6월 7일 일요일

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2

"오빠, 오늘은 일찍 왔네?"
"응. 너 오늘 야자 아..안했어...?"

"그런데...둘이서 여기서 뭐해? 오빤 왜 얼굴 빨게?"
강지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난 약간 당황했다.

"뭐....뭐하긴 뭐해? 순희보고 라면이나 하나 끓여달라고 그랬어."
짧은 순간이지만 지영이는 뱀같은 눈빛으로 나와 순희를 위아래로 훑었어. 순희도 죄지은 것 처럼 고개를 못돌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나도 등에 식은 땀이 흘렀어.

그런데 아, 시발...순희 벗어놓은 팬티가 부엌 한구석탱이에 있었어.
아까 내가 순희 뒤에서 팬티 벗기고 그냥 팽개치듯 옆으로 던진건데...와.. 심장이 진짜 쫄아들더라.
순희 팬티는 그 당시 거의 다 하얀 색이나 살색 계통인데 그 날 따라 색깔이 있는 팬티였어.
아마 나한테 잘 보이려고  시장에서 산것 같아.
지영이가  다시  자기 방으로 가려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다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거야.

'악! '
그와 동시에 내가 팬티쪽으로 몸을 날렸지.
한손으로 순희 팬티를 쥐고 한바퀴 굴러서 멋지게 착지했어.

강지영이 '저거 왠 병신 짓이냐? 하는표정으로  나를 보더군

"아, 순희야. 걸레 좀 아무데나 굴리지말고 한쪽에다가 치워."

강지영이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도로 가더군.  지영이가 가고 우리 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어.

순희는 참 생각이 깊고 야물딱지고 똑똑한 애야.  가끔 나한테도  지훈씨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앞을 생각해야 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지훈씨 처럼 좋은 환경이라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거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나도 언젠가는 대학 갈거다...

내 동생은 꼭 대학 공부 내 힘으로 시킬거다.. 어머니 어릴 때 집나가고...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서 내가 집안의 가장이다..등등..
참 순희 말 듣고 보면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야.  나는 순희의 불우한 환경을 보고 또 다른 세계를 처음 보았지.

그리고 얘는 또 얼마나 바지런한지. 어머니의 칭찬도 대단했어. 하스스톤 모바일 재미있게 하듯 나무 주판알 튕기면서 반찬 가격 딱딱
계산도 캍같이 하고. 진짜 흠잡을 데가 없는 애야. 무엇보다도 내가 개통한 봊이는 얼마나 쫄깃한지 몰라.
순희 봊이가 내 존슨을 덥석 물어서 안놔줄 때면  아찔하고 머리가 아득해지는 그 기분.
그거 경험 못해본 형들은 절대 모르지.  어떤 뇬들은 봊이에 잦이를 넣으면 그냥 동해바다에 돌멩이 던진 기분 일때도 많거든.

"지훈씨. 내가 비록 가정부지만 나도 매력있는 여자라고요."
"지훈씨. 내 입술이 정윤희 입술과 비슷하지 않아?"
순희는 은근히 유머도 있고 웃겼어. 섹시 입술로 유명한 탤런트 정윤희는 그 이듬해인가 간통사건으로 브라운관에서 사라져갔지만
당시는 당대 최고의 인기였지.

순희는 일부러 립스틱을 살짝 바르고 내 앞에서 정윤희 처럼 입술을 쭉 내밀 때는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
하지만 아무래도 청춘 남녀가 한 지붕아래서 사니까 자석처럼 몸이 서로 끌리고  우리 어머니도 조금씩 수상한 느낌을 감지했나봐.

"너 이 시간에 왜 그방에서 나오니?"
어느 날은 너무 못 참겠어서 부모님 안방에 주무시러 가자마자 순희 방에서 물빨하다가 떡치고 나오는데 마침 부엌으로
나오시는 어머니랑 딱 마주쳤어.

"수...순희 한테 뭐좀 물어볼게 있어서.."
"네가 순희한테 뭘 물어보는데?"

"장미희 나이가 몇살인가 궁금해서"
"그래?"

"엉. 엄마... 나 장미희 좋아했잖아.갑자기 너무 궁금해지네."
엄마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데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궤변궁색한 대답이었지.

결국 그 날이 왔어. FM 라디오 <이종환의 디스크쇼>를 듣는데  밤 12시쯤 끝나고 눈이 가물가물 할 때였어.
똑똑...순희였어.

"어, 순희야. 들어와."
"흑흑흑"
순희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며 들어왔어.

"엇., 순희야 왜 울어?"
"지훈씨..우리 이제 어떻게 해."
알고보니 엄마가 갑자기 순희를 가정부 그만 두고 고향으로 가라고 했다는거야.

"지훈씨랑 떨어지기 싫어...나 돈도 더 모아야 하고.."
순희가 쇠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 난 순희를 안고 토닥이면서 걱정말라고 했어.
다음 날 난 엄마에게 따지듯 물었어.

"엄마? 순희 왜 고향으로 가라고 했어?"
"순희 그동안 고생도 했고 언제까지 우리집에서 가정부만 할 수 없잖아? 내가 외삼촌 보고도
고향에서 일자리 하나 알아보라고 했어."

"아니, 그래도..순희도 우리 집에 남고 싶어하고... 일 잘하잖아."
"어차피 집안 일 도와주실 새 아줌마 올거야"

"순희가 일 더 잘 한단 말이야. 나도 순희가 편하고. 다른 사람 오면 입시공부 방해돼."
난 생떼를 쓰며 은연중 속내를 드러냈다.

"얘가 정말!  안그래도 한 집안에 외간처녀,  총각 같이 있는거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순희한테도 그게 더 좋아."

우리 엄마는 평소에는 온화하고 재밌는분이었어. 그  나이대 흔치 않게 대학 나오신 분이고
요즘 뇌가 섹시한 사람만 한다는 하스스톤 모바일 유행하듯 유행에도 아주 민감하셨지. 그렇지만 단호할 때는 칼 같았어.
그리고 여느 부모가 다 그렇지만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무서우리만큼 냉정했어.
내가 부모라도 엄마 말인즉 틀린게 없었어.

그리고 순희는 말이 친척이지 엄마랑 친척이랄 것도 없이 그냥 같은 성을 쓰는 고향 마을 애지. 옛날에는 그렇게 집성촌이 많았거든
나도 찔리는게 있었다.

"엄마, 순희 월급은 얼마야?"
"엄마, 순희 아버지는 뭐해?"

"순희 월급은 엄마가 알아서 잘 준다. 그리고 순희 아버지는 몸이 안좋아. 그런데 넌 그게 왜 궁금한데?"
평소에 이런 걸  물어보니 엄마가 좀 이상하게도 생각했지.
순희의 갑작스런 귀향에는 아마 강지영의 입김도 컸을 것 같아.
나랑 엄마랑 지영이랑 셋이 있을 때도 가끔 지영이가 오버했어.

"엄마. 엄마. 순희언니랑 오빠랑 너무 친한거 아냐?"
"엄마, 그리고 순희 언니 요즘 화장한다."

"가정부는 화장 하지 말라는 법이 육법전서 어디에 있더냐?"
"저거봐. 오빠는 맨날 순희 언니 편만 들어."

순희 고향은  충청도 두메산골 이야. 난 진짜 너무 슬펐다. 어쩔 수 없었다.
오지오스본 밴드의 랜디로즈가 헬레콥터 추락사 했을 때 보다 더 슬펐어.
우리 집에서 내 발언권이 센 것도 아니고 지영이도 고3에 공부도 잘하고 나보다도 발언권도 셌어.
순희랑 난 사람 눈을 피해 동네 골목길에서 가로등 밑에서 끌어안고 흐느꼈어.

"순희야, 너 고향 내려가지 말고 그냥 서울에서 취직하며 안돼?  월세보증금은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볼게"
난 엄마가 나한테 들어둔  정기적금 통장에 돈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지훈씨. 나 취직 못해...많이 못배웠잖아.."
"너 고등학교 나왔다면서?"
그 시절 여자 고등학교 졸업이면 아주 나쁜 학력은 아니었다.

"거짓말이야..흙흙흙"
"뭐? 그럼?"

"나 중학교 밖에 못나왔어."
순희는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무시당하기 중졸을 고졸로 속였다고 했어. 어쩐지 고졸 치고는  순희가 좀 어딘가 말이
안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있었어.

아무리 우리 역사의 요순시대인 제5공화국 전반기지만 시골출신 중졸 여자애가 직장 구하기가 어디 쉽겠어?
중학교 졸업해서 서울 역에 내린 많은 여자애들이 기껏 회사 사환같은 허드렛일하다가
잘못하면  술집으로 빠지고 최악의 경우 미아리나 청량리 588로 흘러들어가는게 그 시절 시대상이었어.

시발... 엄마 말로는 순희 아빠도 몸이 안좋다고 해서 겸사겸사 고향 가야한다고 했어.

이별의 날은 서서히 오고 있었어. 며칠 후 우리는 둘이 손잡고 덕수궁을 갔어. 연인들이 갈만한 장소가 마땅히 없었던 시절이고
순희가 꼭 거기 가보고 싶다고 했어.

나도 재수생이어서 순희 데리고 어디 제대로 한번 놀러가지도 못했구나..하는 회한이 밀려왔어.
당시에 그 재미있는 하스스톤 모바일 같은 게임이라도 있었으면 핸드폰이라도 하나 사서 과금해줄텐데..

그 때는 놀고먹는 대학생들이 참 부러웠어.  내가 재수생이다 보니 친구들은 대학 다니고 여자 사귀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녀석들이 대학생들인데 허구헌날 데모하는 걸 보면 때려죽이고 싶더라.
TV만 틀었다 하면 매번 데모 했다는 소식이야.
아버지도 TV를 보시면서 혀를 차셨지.

"부모가 뼈빠지게 벌어서 대학보내놨더니 맨날 데모만 하는 저 빨갱이 새끼들은 다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돼.
밤에 잠도 안재우고 조사해야 한다고."

"아버지. 쟤네들 배후에 북한 김일성세력이 있다면서요?"

"암..쟤들 다 북괴에 직접 조종받는 애들이라고. 저게 다 세뇌교육시키는거야."
비록 이듬해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한다고 한창 나서시다가 물먹었지만 정치에 뜻이 있는 아버지는 통진당의 실체가 드러나는
요즘 세태를 볼 때 참 현명하셨어.

그 몇 년 전에 부산미문화원에서 대학생들이 불을 질러서 엄한 사람이 죽는 사건도 있어서 그런지 난 대학생들이 죽도록 싫었어.
덕수궁에 참 연인들 많더라. 여름이 오기 전이었던 것 같아.

"지훈씨. 진짜 건물 크다. 서울은 참 큰 것 같아. 그치?"
"종이 울리네..꽃이 피네...그리워라..웃는 그 얼굴...이 노래 몰라? 아름다운 서울이지.암"

"전두환 대통령께서 나라를 참 잘 다스리시는 것  같아."
"참 대단하신 분이지. 덕분에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올림픽도 치르게 되었잖아."

순희는 덕수궁 옆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다가도 갑자기 떠난다는 생각에 슬퍼서 흐느끼고 그랬어.
우린 손잡고 걷고 둘이서 저녁으로 칼국수를  먹고 자연스럽게 여관에 갔어.

"지훈씨. 올해 꼭 대학가야 돼. 그리고 대학가면 이쁜 여자 많다는데 나 잊으면 안돼. 나 버리면 안돼. 꼭?"
"알았어."
난 순희의 봇이를 맛있게 빨면서 대답했다.

앙커헠,,아흨..헠,,지훈씨..진짜..미칠컷,,엌!! 같아
하악! 아, 하, 으응, 하앗..
퍽퍽퍽...퍽퍽퍽!!!

섹스가 끝나고 난 순희의 알몸을 쓰다듬고 빨통을 주무르면서 말했어.
"지금은 입시공부에 바쁘지만 대학만 들어가면 너 꼭 보러 갈거야."
"꼭이야. 지훈씨 나 기다린다!"  [계속]